“학생들에게 ‘품질도장’ 찍지 마라” 학교를 고발한 남자

celsetta@donga.com2017-02-10 14: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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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그렇지만 물고기를 나무 타는 능력으로 평가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 자기가 바보라고 생각하면서 살 것이다.”
지난 해 11월 26일 공개된 영상 한 편이 네티즌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5분 30초 남짓 되는 이 영상의 제목은 ‘나는 지금 학교 교육 시스템을 고발했다’입니다. 한 남성이 법정에 서서 현대 교육제도를 ‘고발’하는 내용인데요.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랩으로 풀어내는 래퍼 겸 사회활동가 ‘Prince Ea’의 작품입니다.

“여기 150년 전의 전화기가 있습니다. 지금과 많이 다르죠? 이건 150년 전 자동차 사진입니다. 이것도 상당히 다른 모습이죠. 그렇다면 교실은 어떻까요. 이게 오늘날의 교실이고, 이건 150년 전 교실입니다. 놀랍도록 똑같아요. 한 세기가 넘게 지났는데, 아무 것도 변한 게 없습니다.”

그는 150년 전의 전화기, 차를 현대의 물건들과 비교해 보여준 뒤 ‘문명의 이기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교실 풍경은 변화가 없다’고 역설합니다. 학생들을 줄 맞춰 세우고, 말 잘 듣는 일꾼으로 키워내기 위한 교육이라는 겁니다.



프린스Ea의 통렬한 비판은 이제 시작입니다. “질문 있으면 손 들고 말하라고 시키고, 밥 먹을 시간 조금 주고, 하루 8시간 동안 주입식으로 가르치죠. A등급을 받으라며 학생들끼리 경쟁시켜요. 고깃덩어리 품질검사하고 A급 도장 찍는 것처럼 말이죠.

(중략) 의사가 모든 환자들에게 다 같은 약을 처방한다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겁니다. 지금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바로 이런 겁니다. 서로 성격도 적성도 꿈도 다 다른 아이들 수십 명 앞에 교사 한 명을 세워놓고 그 아이들을 전부 똑같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때, 교육계 고위공무원이 손을 번쩍 듭니다. “이의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장은 이의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기각합니다. 더 듣고 싶군요!”



힘을 얻은 프린스 Ea는 이번엔 교사들의 처우에 관해서도 비판합니다. 의사는 한 사람의 심장을 수술해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직업이고, 교사는 한 아이의 심장에 직접 다가가 그 사람이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이라는 겁니다. 그는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맡은 교사들이 박봉과 과중한 서류업무에 시달리느라 정작 아이들에게는 소홀해지게 되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객관식 평가방법(보기를 몇 개 주고 그 중 정답을 고르게 하는 것)을 고안해낸 프레드릭 J. 켈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방법은 실제로 사용되기에는 너무나 부실해서 폐기되어야 한다.”



프린스 Ea는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나 대안학교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토론·실습·협동 위주 교육법을 소개하며 변론을 마무리했습니다. “확실한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우리 인구의 20%정도 되지만, 우리 미래의 100%니까요.

무엇을 이뤄야 하는지 정해주지 말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꿈이 뭔지 관심을 가집시다. 저는 그런 세상이야말로 ‘물고기가 나무를 기어오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라고 믿습니다. 이상입니다.”



하던 대로 가르치고, 하던 대로 배우는 데 익숙해져 있는 우리 교육계에 큰 울림을 주는 영상입니다. 네티즌들은 “망치로 머리 한 대 얻어맞은 느낌. 생각이 많아진다”, “전 세계 사람들 다 봤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광고사에서 이 영상 사 왔으면 좋겠다”, “객관식 평가법 개발한 사람이 ‘이 시험은 부실하니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는 대목에서 소름돋았다”라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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