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함께야” 쌍둥이 형제 만나러 묘지 찾는 아홉 살 소년

celsetta@donga.com2017-02-09 18: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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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브룩 씨와 워커
올해 아홉 살이 된 영국 소년 워커 마이릭은 휴일에 공원이나 놀이터 대신 묘지를 즐겨 찾습니다. 화창한 날, 아홉 살 꼬마가 왜 묘지에 가고 싶어 하는 걸까요. 태어난 뒤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워커의 쌍둥이 형제 ‘윌리스’가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윌리스의 사연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러'에 소개됐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손을 꼭 붙잡고 함께하던 둘은 ‘쌍태아간 수혈증후군’이라는 병 때문에 서로 다른 세계로 떠나게 됐습니다. 엄마 브룩 씨는 임신 23주가 될 때까지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부부는 곧 태어날 아들 쌍둥이를 위해 옷, 유모차, 아기침대, 장난감 등 필요한 것들을 모두 두 개씩 갖춰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치고 행복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난 아픔이 닥쳐왔어요. 제 생각엔 아마 그 때 윌리스가 먼저 떠난 것 같아요.” 브룩 씨는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회상했습니다. 태어날 아이가 두 명이니 기쁨도 두 배일 거라고 기대했던 마음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이었습니다.



세 살 때의 워커
다섯 살 때의 워커
신기하게도, 워커는 엄마 뱃속에서 같이 놀았던 형제 윌리스에게 깊은 애착을 보였습니다. 워커는 자기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윌리스와 나누고 싶어했습니다. 다섯 살 때 유치원을 처음 갔다온 날에도 “엄마, 윌리스한테 가요”라고 졸랐습니다. 자기가 유치원에서 보낸 첫 날이 어땠는지 형제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아이는 윌리스의 묘비에 기대 앉아 한참이나 얘기했습니다. 그런 아들을 보는 엄마 브룩 씨도 감동과 슬픔이 뒤섞여 가슴이 벅찼습니다.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워커는 여전히 쉬는 날이면 윌리스에게 자주 찾아갑니다. 묘비를 꼭 끌어안고, 쓰다듬고, 못 왔던 며칠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새로 사귄 친구는 누구인지 시시콜콜 얘기합니다. 마치 그 자리에 윌리스가 살아있는 것처럼요.

쌍둥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이어져 있다는 말이 있죠.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형제간의 우애가 아름답습니다. 분명 윌리스는 천국에서 워커를 지켜주고 있을 겁니다.

윌리스 마이클 마이릭

2007년 3월 6일

워커의 쌍둥이 형제


- 윌리스의 묘비에 적힌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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