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 버린 미혼모의 편지 "꼭 찾으러 올게요"

celsetta@donga.com2017-02-01 17: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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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8일 러시아 크라노스아르스크 시에 사는 한 할머니는 집 근처에서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밖에는 갓난아기가 이불에 싸인 채 버려져 있었습니다. 아기 옆에는 기저귀와 이유식 몇 개가 함께 놓여 있었고, 아기 옷깃 속에는 짤막한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율리아나입니다. 생일은 8월 12일이고 건강합니다. 예방접종도 모두 마쳤습니다. 아이를 버린 건 제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에요. 이미 며칠 동안이나 아기와 함께 노숙했습니다. 반드시 아기를 찾으러 오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

편지에는 절절한 후회와 사랑이 담겨 있었지만 할머니를 비롯해 주변의 그 누구도 아기 엄마가 진짜로 돌아올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아기를 보육원에 맡겼고, 사람들은 아기를 곧 입양시켜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나흘 후, 정말로 아기 엄마가 나타났습니다. ‘나탈리아’라고 이름을 밝힌 여성은 보육원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찾아 낯선 도시에 왔다가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그는 무책임한 남자였습니다. 제가 임신하자 낙태를 요구했고, 그걸 거부하자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 버렸어요”라고 사연을 털어놓았습니다.

직장도 잃고 아버지 없는 아이까지 갖게 된 나탈리아 씨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부모님이 '집안의 수치'라며 도움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천지간에 의지할 곳 없게 된 나탈리아 씨는 겨우 병원에서 아기를 낳았고, 며칠만이라도 아기를 맡아 달라고 사정했지만 병원 측도 그녀의 애원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나탈리아 씨는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길바닥에 나앉게 됐고, 자기는 몰라도 아기만은 따뜻한 곳에서 재우고 싶은 마음에 보육원 근처에 아이를 둔 것입니다. 나탈리아 씨는 근처에 숨어 할머니가 아기를 데려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아기가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게 된 걸 확인한 뒤 나탈리아 씨는 겨우겨우 부모님을 설득하고 미혼모 쉼터도 찾아냈습니다. 딸을 되찾으러 보육원으로 간 그녀는 자기가 율리아나의 친모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DNA검사결과를 제출하고 건강검진과 정신감정, 경찰 심문까지 받았습니다.



4개월간의 긴 싸움 끝에 나탈리아 씨는 비로소 율리아나의 친어머니로 법적 인정을 받았습니다. 현재 나탈리아 씨는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돌아가 딸을 키우고 있으며, 여전히 지역 아동복지국의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나탈리아 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러시아 네티즌들은 “아이를 버리고 영영 도망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것만 해도 장하다”, “애 아빠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책임감 있다”라며 그녀를 격려했습니다. “사정이 어찌 됐든 자식을 한 번 버린 건 사실이니 감옥에 보내서 죄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탈리아 씨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자고 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안타까운 사정 때문에 잠시 생이별했지만 결국 다시 함께할 수 있게 된 모녀. 율리아나가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자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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