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아'도 나치를 때렸어!" 극우주의자는 때려도 될까

celsetta@donga.com2017-01-25 17: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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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나쁘다는 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인종차별은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한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죠. 그렇다면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며 남에게 폐를 끼치는 ‘네오나치’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때려도 될까요?

지난 20일(현지시간) 호주 공영방송 ABC 뉴스기자가 촬영한 짧은 영상이 “극우 네오나치는 맞아도 싼가”에 대한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이 영상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날인 2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촬영됐습니다. 영상에는 갑자기 나타난 마스크 쓴 남성이 인터뷰중인 백인 남성에게 주먹을 날리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백인 남자는 극우단체 ‘얼터라이트(Alteright)’의 핵심인물 리차드 스펜서입니다. 얼터라이트는 “‘태양의 인종’인 백인은 다른 모든 인종보다 우수하며 미국은 백인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극단적 우파 단체입니다. 심지어 ‘평화로운 인종 청소’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스펜서는 지난해 11월 얼터라이트 회합에서 나치식 경례(‘하일 히틀러’)를 본따 “트럼프 만세!(Hail Trump!)” 라고 외쳐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얼터라이트 회합에서 '트럼프 만세'를 외치는 리차드 스펜서
“백인은 타 인종보다 우수하며, 미국은 백인들만의 나라가 돼야 한다”고 선동하는 현대판 나치 사상의 소유자 스펜서. 그가 비난 받아 마땅한 인물이라는 건 명백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잘못된 사상을 가진 사람에게 주먹을 날려도 될까요?

ABC뉴스의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로 일파만파 퍼져나갔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스펜서를 때린 신원 미상 남성의 행동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치를 응징하는 '캡틴 아메리카'. 사진=Washington Times
“네오나치는 맞아도 싸다”
’캡틴 아메리카’ 안 봤나? 우리의 영웅 ‘캡아’도 나치를 흠씬 두들겨 팼다. 미국 시민으로서 지극히 바람직하며 영웅적인 행동이다.”
“나이스 펀치. 잘 때렸다. 더 때려라”
“이 영상을 보니 소화가 잘 된다. 적극 추천한다.”

라며 남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반면 “스펜서가 멍청이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폭력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네오나치가 피해자 행세를 할 구실을 줘선 안 된다”
‌“진보라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폭력적인가”

‌"싸울 거면 합법적인 토론장에서 싸워야지,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때리면 안 된다"라며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후 스펜서는 자신의 트위터에 "그냥 물리적으로 두 번 공격당했을 뿐이다. 큰 부상은 아니다. 이 정도 펀치는 감당할 수 있다"라고 의연하게(?) 적었습니다.

영상을 촬영한 조이 다니엘 기자에 따르면 당시 스펜서는 같은 남자에게 이미 한 차례 맞은 뒤였다고 합니다. 스펜서가 강펀치를 맞는 걸 본 다니엘 기자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 ‘마스크남’이 다시 등장해 한번 더 주먹을 날린 것입니다. 다니엘 기자는 스펜서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인터뷰를 재개하려 했으나 그 자리에 있다가는 더 큰 사태가 벌어질까 봐 서둘러 취재를 끝냈다고 합니다.

다니엘 기자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자로서 온갖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할 필요가 있기에 스펜서에게 말을 걸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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