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ㅇ를 벌린다”…아빠의 사랑표현? 지하철 시 논란

celsetta@donga.com2017-01-25 14:25:08
공유하기 닫기
사진=전진욱 씨 블로그(http://blog.daum.net/wook1986)
서울 지하철 안전문(스크린도어)에 붙어 있는 시 한 편이 근친간 성추행을 연상케 한다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문제의 시는 전진욱 시인의 ‘줌 인’ 이라는 작품인데요. 훌쩍 커버린 딸아이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한 시이지만, 연령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보는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부착되기에는 사용된 시어(詩語)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줌 인 / 전진욱

딸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키울 땐 데면데면하였는데
떠나고 보니 첫사랑 애인 같다
애면글면 구애를 하게 되는
소실점 없는 진행형이다
스마트한 저 애가
어쩌다 폰 속에 박제되어 버렸는지
하루에 꼭 한 번은
미로 같은 폰 속을 헤집고
그 애를 당겨본다

엄지와 검지 사이
쭈욱 찢어지도록 가랑이를 벌린다



네티즌들은 “딸에 대한 시인데, 엄지 검지로 사진을 줌인하는 걸 굳이 ‘가랑이를 벌린다’고 표현해야만 하나”, “근친상간, 소아성애를 연상케 한다”, “심사기준이 무엇인가. 개인 시집에 실린 시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곳에 붙어있는 작품인데 저런 표현은 부적절하다”며 서울메트로 측에 해당 작품 전시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울메트로는 “승강장안전문에 게시된 시 작품은 서울시에서 공모해 심사, 선정된 것으로 (서울메트로에서는) 자세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 서울시에 항의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하철 안전문에 부착된 시 작품이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2년에는 복효근 시인의 ‘목련꽃 브라자’라는 시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목련꽃 브라자 / 복효근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만 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사춘기를 맞아 눈부시게 성장하는 딸의 모습을 본 아버지의 뿌듯함을 표현한 작품이나, 당시 이 시를 본 시민들은 “시인의 의도는 알겠지만 지하철에 걸려있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딸의 속옷을 보며 흐뭇해하는 아버지라니, 소녀들이 보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다”, “성희롱 같다”며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시 서울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2012년 6월 5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한국문인협회 등 5개 시인단체에서 일부 작품을 추천받고 있다. 가끔 일부 시가 선정적이라는 항의 전화가 오는데, 그런 시들을 가려내는 조치를 취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