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는 안돼’ 벤치에 팔걸이가 있는 이유

celsetta@donga.com2017-01-23 16: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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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 벤치(theatlantic.com)
캐나다 몬트리올 로리에 역 벤치(theatlantic.com)
영국 '안티 홈리스' 스파이크
사진=upworth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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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벤치 중간에 팔걸이가 올라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편히 쉬다 가되, 너무 편해져서 눕지는 말라는 의도입니다. 이런 디자인은 휴식공간을 찾아다니는 노숙자들을 쫓아내는 기능도 합니다. 의자 중간에 쇠 막대가 가로지르고 있으면 제대로 누울 수 없으니까요. ‘공공디자인’은 그렇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합니다.

노숙자가 많은 영국 런던, 캐나다 몬트리올 같은 도시에서는 이처럼 ‘디자인’으로 대중의 행동을 통제하는 공공기물들이 많습니다. 징검다리처럼 동그랗게 떨어져 있는 벤치, 잠시 앉을 수는 있지만 오래 앉아있기는 힘든 의자 같은 것들이죠. 단, 이런 디자인은 단순히 노숙자를 '쫓아낸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추운 날 여기서 누워 자다가 동사하면 안 되니까 아예 못 눕도록 만든다'라는 좋은 의미도 갖고 있다고 하네요.

일부 건물주인들은 훨씬 더 노골적인 방식으로 ‘내 건물 근처에 누워있지 마라’는 메시지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바닥에 쇠로 된 스파이크를 박아서 앉거나 누울 수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런 장치는 노숙자를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효과는 확실하겠지만 보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줍니다.



사진=upworthy.com
지난 2006년 프랑스 툴루즈에서는 노숙자들이 모여 벤치 중간중간의 팔걸이를 톱으로 잘라내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벤치 중간의 팔걸이를 ‘노숙자들은 일반인들의 눈에 뜨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있어라. 우리는 당신들을 보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라고 받아들인 것이죠.

영국 예술가 레아 보로메오 씨도 '함께 사는 디자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스파이크가 아니라 공간(space)을’이라는 주제로 설치미술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바닥에 철 스파이크가 박혀 있는 공간을 찾아가 그 위에 푹신한 매트리스를 놓고 책장과 쿠션으로 꾸미는 것입니다. 레아 씨는 매트리스를 놓은 것만으로도 노숙자를 배척하는 공간에서 편안한 쉼터로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레아 씨는 온라인 매체 업워시(Upworthy)와의 인터뷰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도시가 풍요로워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남에게 관심을 두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전 모든 사람이 사실은 친절함을 마음 속에 갖고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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