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하다가 한 생명 구한 소년

celsetta@donga.com2017-01-23 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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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mgur(@joelalmeidaptg)

‌지난 해 여름 유독 더웠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에서도 무서운 폭염이 이글거렸습니다. 소년 조엘 알메이다가 사는 포르탈레그르 시는 섭씨 43도까지 치솟아 말 그대로 한증막을 연상케 했습니다. 하지만 숨막히는 더위도 게임을 향한 조엘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조엘은 포켓몬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과감히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포켓몬이 있는 위치로 걸어가던 조엘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동물 소리 같지만 아주 가냘픈, 끊어질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소리 나는 방향이 어디인지 귀를 기울이고 찾아다닌 결과, 조엘은 화면 속 포켓몬 대신 살아있는 고양이를 찾아냈습니다. 벽 틈새에 작은 고양이가 끼어 있었던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저렇게 좁은 틈새에 들어갔는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 불볕더위에 물도 못 마시고 갇혀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지금 내가 구해주지 않으면 저 고양이는 죽을 거야.’ 조엘은 애처롭게 우는 고양이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몇 시간 만에 겨우 고양이를 빼낼 수 있었습니다.

조엘은 자기가 구조해 낸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 상처를 치료해 주고, 기생충 약도 발라주며 정성껏 보살폈습니다. 가혹한 더위에 길거리 생활을 하느라 고양이는 볼품없이 말라 있었고 얼굴은 고양이라기보다 어딘가 모르게 쥐처럼 보일 정도였지만 조엘은 포기하지 않고 ‘스폭’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사랑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스폭은 완전히 다른 고양이로 태어났습니다. 윤기나는 털, 생기있는 눈동자를 가진 ‘미묘’로 환골탈태한 것입니다. 옛 상처를 잊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건 물론입니다.

게임이 이어준 조엘과 스팍의 아름다운 인연,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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