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소희 "'천재 국악소녀' 틀에 갇혀 불행하게 살았다"

celsetta@donga.com2017-01-19 11: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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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말하는대로’
“마치 제가 제 의지로, 다섯 살 나이에 길거리에서 국악을 듣고 운명 같은 이끌림을 느껴서 국악을 시작한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부모님이 시켜서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어느 새 제 꿈이 정해져 버렸습니다.”

‘국악 소녀’ 송소희가 18일 JTBC ‘말하는대로’에 출연해 “마냥 행복한 삶을 살지는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송소희는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님이 관리해 주셨고, 때로는 악역까지 맡으면서 저를 곱게 키워주시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내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수가 없었어요”라고 고백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정해준 길을 걷는 데 익숙해져 국악이 진짜 내 길인가, 적성에 맞는가를 따질 엄두조차 못 냈다는 것입니다.

송소희는 “날 위해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착한 딸이 되자는 맘으로 스스로의 틀에 갇혀 착실하게 지냈지만 그건 온전한 행복이 아니었고, 성격이 병적으로 소심해졌습니다. 점점 더 피곤하고 불행하게 살아야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참 감수성이 민감할 청소년 시기에 스스로를 억누르고 ‘착한 딸, 천재소녀, 국악인의 운명을 타고 난 신동’으로서의 모습을 연출해야 했던 그녀는 결국 열일곱 살 때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도중에 만난 할아버지 한 분의 말씀에 큰 용기를 얻었어요. 할아버지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만 하지 말고, 힘들겠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그저 흐르는 대로 흐름을 타고 가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큰 위로를 받은 송소희는 이미 만들어진 ‘틀’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 틀을 확장할 방법을 고민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라는 사람을 가두고 있는 껍데기를 아예 깨 버리기보다는 그 껍데기를 아주 크고 유연하게 늘여서 스스로를 편하게 만들어 주기로 한 것입니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은 국악원을 나오는 거였어요. 국악에서는 선생님마다 계열이 있어서 그것과 똑 같은 기교를 구현해야 좋은 평가를 받아요. 하지만 전 저만의 방법으로 전통을 계승하고 싶었습니다.”


송소희는 국악원을 나와 피아노, 기타, 작곡, 미디를 배우며 자기 세계를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이라는 관점에서 국악을 바라보니 국악을 더욱 더 사랑하게 됐습니다. 나 자신이 너무 멋진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생기니 인간관계도 달라졌어요. 전에는 너무 소심해서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고 차가운 이미지를 풍겼는데 이제는 싱글벙글 웃고 다녀요. 친구들이 ‘송소희’와 ‘멍충이’를 합쳐서 ‘송충이’라고 부르는데 그 별명도 맘에 들어요.”

송소희는 “제 인생이 여러분의 인생에 비해 굴곡이 더 심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둘러싼 ‘틀’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벗어나려고 괴로워하기보단 인정하고, 확장하다 보면 삶이 분명히 좋아지더라고요. 여러분도 그걸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진솔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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