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둠 속의 외침’(A Cry in the Dark)의 실제 모델인 호주인 마이클 체임벌레인(Michael Chamberlaine)이 백혈병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10일 호주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향년 72세.
마이클은 1980년 9월 가족과 함께 호주 중부 오지 울룰루에서 야영을 하다가 생후 9주 된 어린 딸을 잃어버렸습니다. 가족들이 바비큐 파티를 준비 하던 차에 텐트 안에 있는 아기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입니다. 아내 린디는 호주 들개인 딩고가 아기를 물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 것을 어렴풋하게 본 것 같았습니다. 현장에는 피 묻은 아기 옷 일부가 발견됐죠.
그러나 경찰은 엄마 린디가 딸을 살해하고 사막에 묻었다고 의심했습니다. 시신도 목격자도 동기도 없는 애매한 사건이었지만 언론과 여론은 경찰의 의심을 부채질했습니다.
사건 발생 후 사이비 종교에 빠진 린디가 아기를 죽여 하늘에 제사를 지낸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마이클은 호주인에게 생소했던 ‘제7안식일 예수 재림교회’의 목사였습니다. 딩고가 어린 아이를 물고 가는 일은 드물다는 전문가들의 증언도 부부에게 불리했죠.
2년 후 린디는 아기 살해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남편 마이클 역시 종범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판결이 나고 3년 후 울룰루의 한 딩고 굴 안에서 딸 아자리아의 상의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재조명 받습니다.
결국 경찰은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감춰졌던 진실이 드러납니다. 딩고가 아기를 물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검시관의 보고서가 무시된 사실이 알려진 것이죠. 그리고 재판에 증인자격으로 참여한 딩고 전문가들은 책으로만 딩고를 공부했던 영국인이라는 것도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논란이 계속될 즈음, 호주 전역에서 딩고가 아이를 습격한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린디는 감옥에서 풀려나 법정 투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딸을 살해했다는 대중의 비난은 오래도록 끝나지 않았죠. 그날의 비극이 떠올라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도 힘이 들었던 부부는 결국 1991년 이혼을 하고 맙니다.
사건 발생 32년 만인 2012년, 호주 대법원에서 린디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사건은 최종 마무리 됩니다.
이 사건은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어 1988년 메릴 스트리프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어둠 속의 외침’을 비롯해 TV 드라마, 책 등으로 다뤄졌습니다. 한국에서도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영화에서 마이클은 연기한 배우 샘 닐은 소셜미디어에 “고인은 끔찍하고 잔인하게 부당한 취급을 받았다”며 “그는 매우 조용하고 위엄있는 사람이었고, 오늘 그가 죽었다는 것이 매우 슬프다”라고 애도했습니다. 그는 “잔인하고 불공정한 시간, 챔벌레인은 침착하면서도 겸손하게 품위를 유지했다.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습니다.
영화 제작자인 존 브리손은 고인이 비극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호주인들은 체임벌레인 가족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그는 많은 비극을 겪었다. 불의에 맞섰던 고인의 행동이 바로 그의 유산”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족에 따르면 마이클의 마지막 유언은 이랬습니다. “나 같은 삶이 더 없기를” 고인은 간결하고 짧게 생전 짊어졌던 고통을 요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