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안 입고 지하철 타기’ 올해도 성황리에 진행중

celsetta@donga.com2017-01-09 17: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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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익~
매년 1월이면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되는 ‘바지 안 입고 지하철 타기’ 행사가 올해도 시작됐습니다. 말 그대로 '바지만 안 입은 채로' 평범하게(?) 지하철을 타는 겁니다. 언뜻 민망해 보이는 이 행사는 생각보다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2년 미국 뉴욕에서 일곱 명의 참가자가 진행한 깜짝 이벤트가 모든 일의 시작이었습니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줄 목적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이제 전 세계 60여개 도시에서 매년 진행되며, 뉴욕 즉흥단체 ‘임프루브 에브리웨어(Improve Everywhere)’가 주관합니다. 초기에는 외설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재미있는 플래시몹 장난'정도로 받아들여지며 무탈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 온라인판도 이 유쾌한 행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 러시아 바르샤바 등지에서 겨울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과감하게 바지를 내린 사람들의 모습이 시선을 끕니다.

이 행사가 ‘노출광들의 기행’이 아닌 재미있는 이벤트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너무 딱 달라붙거나 민망한 속옷을 착용해서는 안 됩니다. 단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외설과는 명백하게 구분되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다른 승객이 “왜 그러고 있느냐”, “안 춥냐”고 물어보면 당황하지 말고 평온한 얼굴로 행사의 취지를 설명해 주는 게 또 하나의 조건이라네요.

올해 뉴욕 행사 참여자 중 한 명인 토니 카터 씨는 “평소에 남들에게 내 귀여운 물방울 무늬 속옷을 보여 줄 기회가 얼마나 되겠어요. 기왕 뉴욕에 왔으니 기꺼이 참여해야죠”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유학생 웨이웨이 씨는 “재미있어 보이긴 하지만 남들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게 망설여지네요”라고 멋쩍게 웃었습니다. 한편 호주에서 온 여행객 안젤라 바실혼 씨는 남편과 두 아들들을 데리고 지하철에 올라 과감히 바지를 벗었습니다. 그녀는 “재미있잖아요! 여기는 뉴욕이예요. 이렇게 재밌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네티즌들은 "민망하네", “은근히 재미있어 보인다”, “성희롱 걱정 없이 저런 놀이를 할 수 있는 건 부럽다”, "우리나라에서 저랬다간 잡혀간다", "문화가 다르긴 다르다. 우리나라였으면 사진 찍혀서 인터넷에 올라가지 않을까", “막상 내 앞에 하의 안 입은 사람이 있으면 당황스러울 듯”과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바지 안 입고 지하철 타기’ 행사,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전파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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