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 팬 위해 '회색 그림' 그린 밥 아저씨 "참 쉽죠?"

celsetta@donga.com2017-01-09 14: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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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참 쉽죠?”
‘밥 아저씨’를 아시나요?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캔버스 위에 슥삭슥삭 붓질하면 멋진 그림 하나가 뚝딱 완성되는 마법 같은 광경을 보여주었던 화가 밥 로스(1942~1995). 그는 1983년부터 1994년까지 미국 PBS방송국에서 ‘그림그리기의 즐거움(The Joy of Painting)’이라는 TV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도 ‘그림을 그립시다(EBS)’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죠.

밥 로스 씨는 트레이드마크인 덥수룩한 아프로 헤어스타일과 차분한 말투, 뛰어난 그림솜씨는 물론 다정한 마음까지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미국 공군 부사관이었던 밥 로스 씨는 늘 버럭버럭 소리지르는 상관을 보고 ‘나도 저렇게 남에게 소리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해 화가로 전업했다고 합니다.

‌천성적으로 타인에게 상냥했던 그는 동물 애호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림 그릴 때 애완 청설모를 데리고 나와 주머니에 넣고 작업하기도 했죠.

‘그림그리기의 즐거움’ 시즌2 네 번째 화에서도 밥 아저씨의 다정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남성분이 제게 말하더라고요. ‘밥, 저는 그림을 그릴 수가 없어요. 전 색맹이거든요. 제가 볼 수 있는 색상은 오로지 회색 뿐이에요.’ 자, 그래서 저는 오늘 회색으로만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누구든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릴게요.




이 날 로스 씨가 선택한 그림의 주제는 ‘눈 덮인 로키 산맥’이었습니다. 평소 다채로운 색상들로 캔버스를 가득 채웠던 것과 달리 오로지 회색 톤만으로 그림을 그려 나갔습니다. 수십 종류가 넘는 ‘회색’이 화폭에 가득 차더니 아름다운 풍경이 완성됐습니다.



밥 아저씨는 그림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명언들도 많이 남겼습니다.‌“네모난 나이프로 동그라미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제가 드리는 숙제입니다.”‌“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말씀하셨죠. ‘토끼를 잡으려면 나무 뒤에 숨어서 당근 소리를 내렴, 그리고 토끼가 다가왔을 때 잡으면 되지.’ 참 쉬워 보이죠. 당근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생각해 보기 전까지는요.”‌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 자기들끼리 알아서 되더라고요.”

“실수한 게 아니에요. 그저 행복한 사고들이 일어난 것이죠.”

“밝은 색이 보이게 하려면 약간의 어두운 색도 써야 해요.”

편안한 말솜씨와 멋진 그림솜씨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었던 밥 로스 씨. 오늘은 ‘밥 아저씨’를 기리며 그의 방송을 다시 한 번 보는 건 어떨까요.
“어때요,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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