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면 기억력 좋아져…하루 3잔 이내 바람직

주간동아2017-01-08 12: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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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GettyImagesBank
사람이 하루 동안 마시는 커피 양이 유전자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은 ‘분자정신의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커피를 마시는 12만 명의 유전자 구성을 조사한 기존 연구 28건을 분석한 결과 커피 섭취와 연관된 유전자 6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 6개 가운데 2개는 커피에 든 카페인을 분해하는 대사 활동을 하고, 2개는 카페인이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과정에 관여하며, 나머지 2개는 혈중 혈당 수치를 감지하는 뇌 활동에 간여함으로써 카페인을 섭취했을 때 인체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자면 ‘커피를 잘 마시는 사람은 남과는 다른 유전자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지 않거나 못 마시는 사람도 일정 기간 꾸준히 커피를 마시면 몸이 적응하기도 한다. 커피의 약리작용 성분에 몸이 적응하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 커피에는 카페인과 디테르펜 많이 함유 2002년 네덜란드에서 남녀 1만7111명을 대상으로 당뇨병과 커피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카페인 포함 여부와 관계없이 커피를 마시면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인종, 나이, 성별, 지리적 상황과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커피에 들어 있는 클로로겐산은 장에서 포도당의 흡수를 지연하고, 포도당의 운반을 억제하며, 인슐린의 감수성을 증가시켜 혈당 수치를 낮추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유리지방산은 췌장 베타세포에 작용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는 과정에 관여하는데, 클로로겐산은 유리지방산의 이런 유해 효과를 중화하는 작용도 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의 열량은 5kcal 미만이다. 카푸치노는 120kcal, 카페모카는 310kcal, 프라푸치노는 400kcal 열량인데, 우유와 설탕을 넣을수록 열량은 높아진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좋은 커피는 검은색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기초대사율, 에너지 소비, 지방 산화, 지방 분해, 열 발생 활동 등을 높이고 이런 모든 작용이 체중 감소로 이어진다. 커피는 기억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여러 연구 결과, 스트레스나 유해 자극에 의해 기억력이 교란될 때 커피를 마시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페인에 집중력을 높이고 기분을 안정시키며 인지 능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2010년 포르투갈 코임브라대 뇌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에는 인지 능력을 높이는 효과뿐 아니라 손상된 인지 능력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만성 스트레스, 주의력 결핍증, 과잉행동장애, 조기 발작증, 알코올성 기억력상실증에도 커피가 유용한 효과를 발휘한다. 커피는 유방암, 결장직장암, 전립샘암, 난소암, 췌장암, 간경화 및 간세포성암, 위암, 신장암, 방광암, 뇌종양, 피부암, 구강암, 식도암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과 커피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무척 방대한데, 이 연구들에 따르면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 디테르펜, 커피산, 폴리페놀, 아로마, 헤테로고리 화합물 등 여러 생물학적 활동 성분이 증상 완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틸화크산틴 계열의 카페인은 기관지 확장제인 테오필린 성분을 함유해 폐 기능을 높여 천식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크산틴 산화효소를 억제하는 작용으로 통풍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사진출처 | ⓒGettyImagesBank
○ 성장기 아이는 섭취 자제를

세상의 모든 물질에는 양면성이 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식품이라도 과하면 나쁘게 작용하기도 한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커피를 과다 섭취하면 관상동맥 심장질환, 심장부정맥, 뇌졸중 등 심·뇌혈관계 질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하루에 커피를 4잔 이상 마시는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커피 한 잔에는 100mg 안팎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으며, 성인이 하루 섭취 권고량인 400mg을 초과해 섭취하면 심·뇌혈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 4~6mg의 칼슘 손실이 생기는데, 이 경우 골다공증과 고관절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폐경기 여성이나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는 여성이 특히 이런 질병에 취약한데, 그럴수록 우유나 채소를 통해 적절한 양의 칼슘을 섭취해야 한다.

아직 논쟁 중인 사안이지만, 커피 과다 섭취가 신장결석 형성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루 200mg 이상 커피를 섭취할 경우 급성 이뇨 작용이 발생하고 체내 수분이 감소해 칼슘 배출을 유도하면서 신장결석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면 철분 흡수를 방해해 철결핍성 빈혈환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아연 흡수를 방해해 성장과 발달, 면역 반응, 신경 기능, 생식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성장기 아이라면 가급적 카페인 음료를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는 절대적으로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카페인 과다 섭취로 아연 흡수가 잘 안 되면 성장과 발달의 중단, 성적 성숙 지연, 피부 트러블, 식욕 감퇴, 상처 치유 장애, 만성 설사, 면역 결핍, 야맹증, 각막의 부정과 혼탁, 행동장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석유 발견 전까지 전 세계 교역량 1위 품목은 커피였고, 지금도 커피는 석유에 이어 교역량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커피의 발견은 인류사에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약과 음료의 경계에서 지위를 유지해온 커피는 아직도 그 향과 성분에 대한 연구 및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커피 전문가로 활동하다 보니 “커피를 어떻게 즐기면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항상 이렇게 강조한다.

“하루에 3잔 이내로 검게 즐기세요.”

황호림 커피칼럼니스트 sugary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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