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혼수상태였던 청년 "사실 다 듣고 있었다"

celsetta@donga.com2017-01-06 13: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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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깨어난 가족이 사실 의식이 있었고, 심지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다 듣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열두 살 소년시절에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스물 네 살 청년이 되어 깨어난 남아공 남성 마틴 피스토리우스 씨가 이 기구한 사연의 주인공입니다. 의료진이나 가족 등 주변 사람 모두가 그를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12년만에 깨어난 마틴 씨는 “저는 12년 간 의식이 있는 상태였고, 단지 영혼이 몸에 갇혀 깨어나지 못했을 뿐 내 옆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것을 다 듣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감옥에서 빠져나가려 애썼지만 불가능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나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존재’하는데, 모두가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그 자리에 없는 사람’취급하며 얘기하는 걸 듣는 건 너무 괴로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동안 괴로웠던 게 또 뭐가 있냐는 질문에 마틴 씨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바니(Barney)’요. 누워 있는 동안 하도 많이 틀어줘서 반강제로 봐야(?)했습니다. 이제 바니 목소리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나요”라고 대답했습니다.



40세가 된 마틴 씨는 웹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으며 결혼도 했습니다.
“동생들이 주말에 부모님과 함께 놀러나가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너무나도 괴로웠습니다. 혼자 남는 것도 물론 괴로웠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들이 교통사고 같은 끔찍한 일을 당해서 두 번 다시 제 옆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몸서리쳤죠.”

‌그의 부모님은 아들이 의식을 찾은 줄 꿈에도 모른 채 십 년 넘게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마틴 씨는 "어느 날 어머니가 '이제 네가 그만 쉬었으면 좋겠다'라고 혼잣말하듯 읊조리시는 걸 듣고 많이 슬펐습니다. 하지만 원망하지는 않았어요. 그게 어머니의 진심이 아니라는 건 제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부모님은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면서 12년 동안 절 돌보셨어요. 그건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40세가 된 마틴 씨는 웹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으며 결혼도 했습니다. “매일 눈을 뜰 때마다 행복하고 벅찹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놀라운 것들로 가득 차 있는지… 창 밖으로 걸어가는 남자의 알록달록한 머리색,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의 생동감, 가족과 함께 마트에 갔을 때의 따뜻한 냄새…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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