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아내와 한 마디도 안 한 일본 아저씨, 대체 왜?

celsetta@donga.com2017-01-03 11: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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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에 서툴지만 마음만은 진심인 사람’, 나쁘지 않죠. 하지만 서툴어도 어느 정도여야지 이 남자 정도로 서툴면 좀 문제가 있을 듯 합니다. 지난 2013년 일본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된 부부 이야기입니다.

무려 23년 동안 아내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남편의 사연인데요. 자녀들과는 평범하게 얘기하며 지냈지만 아내와는 전혀 대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처음 이 사연을 방송에 제보한 것은 막내아들 카타야마 요시키(18)군이었습니다. 요시키 군은 “제 기억에 아버지가 어머니와 대화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말을 걸지만 아버지는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고 무시하시더라고요. 이러다 두 분이 황혼이혼 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고 말했습니다.

리포터가 요시키 군의 누나들인 미키 씨(21), 스미 씨(25)에게도 물어봤지만 모두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자라는 동안 아버지와 어머니가 대화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카타야마 유미 씨·50)에게 찾아가 물어보니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이 저한테만 말문을 닫더니 그게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배우자와 23년 동안 말을 안 하고 산다니 가능한 일일까요.



제작진은 직접 장본인인 카타야마 시게미츠 씨(58)를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대체 왜 아내분과 말을 안 하시느냐”는 질문에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 뜸들이던 시게미츠 씨는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부터 아내가 저는 뒷전이고 아이들 위주로만 생활하는 것 같고 그래서… 좀 삐친 것 같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귀여운(?)이유에 모두들 폭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아내의 관심이 자신에서 아이들로 옮겨간 게 서운했던 시게미츠 씨는 관심을 달라는 표시로 ‘삐친 티’를 내려고 입을 다물었지만, 다시 입을 열 타이밍을 못 찾고 23년이 흘러 버린 것입니다.

‌시게미츠 씨는 “아내와 다시 얘기하고 싶지만 토라졌던 게 부끄럽고 이제 와서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렇게 자녀들과 제작진이 합심해 ‘부부 대화 재개 계획’이 시작됐고 시게미츠 씨와 유미 씨는 연애시절 자주 갔던 공원으로 데이트를 가게 됐습니다. 벤치에 앉은 부부를 멀리서 지켜본 지 30분이 지나고, 겨우 입을 연 시게미츠 씨.



“뭔가 단둘이 이렇게 있는 건 굉장히 오래간만이네”
“그러네요”
“아이들이 그렇게 걱정하고 있었을 줄이야”
“응”
“유미씨. 지금까지… 고생시켜서 미안합니다. 고마워요.”
“저야말로 고마워요.”
“지금부터도 잘 부탁해요, 여보”
“저도 잘 부탁해요.”



수줍었던 연애 시절처럼 서로 존대하며 23년 간의 침묵을 털어낸 부부. 멀리서 지켜보던 삼남매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습니다. 아내 유미 씨는 “남편분이 지금까지 말을 안 했던 건 사실 삐쳐서 그랬던 거래요”라는 제작진의 말에 “왠지 그랬을 것 같았어요”라며 웃었습니다.

방송을 본 일본 시청자들은 “아내가 싫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좋아한 나머지 바보 같은 짓을 해 버렸구나”, “아저씨 귀엽긴 한데 아내분이 마음고생 많으셨을 듯”, “그동안 못 한 대화 이제부터는 많이 하시길”이라며 훈훈한 결말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이건 감동스토리가 아니라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동경대학교 대학원 교수인 마츠하라 류이치로 씨는 “23년이나 말을 섞지 않은 것은 아내에 대한 일종의 정서적 학대다. 일본남자들이 표현이 서툴다는 인식이 있는데, 가볍게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 소통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며 남편 시게미츠 씨의 행동을 비판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있어도 "사랑해"라고 말해야 비로소 전달이 되는 것이겠죠.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가 옆에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표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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