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신입사원 과로자살…日최대 광고社 덴쓰 CEO 옷벗는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30 1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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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크리스마스에 목숨을 끊은 다카하시 마츠리(高橋まつり·24)씨.
“업무의 질을 높이기 위해 끝없이 일하는 게 옳다는 풍토가 있었다.”

 28일 저녁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의 이시이 다다시(石井直·사진) 사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시이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로에 시달리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자살한 다카하시 마쓰리(高橋まつり·여·당시 24세)의 명복을 빌며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모든 책임을 지고 내년 1월 사임하겠다”라고 밝혔다.



 다카하시 씨는 도쿄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4월 덴쓰에 입사했으나 53시간 연속 근무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우울증에 걸려 입사 8개월 만에 사택에서 목숨을 끊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트위터 등에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하다’, ‘자고 싶다는 것 말고는 감정을 잃었다’는 글을 남겼다.

 일본 노동 당국은 10월 다카하시 씨의 죽음을 ‘과로사’로 인정했다. 이후 덴쓰의 살인적인 근무 실태가 세상에 알려졌다. 자정부터 회의를 시작해 오전 4시에 끝나도 정시에 출근해야 했고 한 달에 200시간 이상 시간외근무를 한 적도 있다. ‘죽더라도 포기하지 말라’는 등 사훈 격인 귀십칙(鬼十則)을 암송해야 했고 ‘광고주 접대를 배워야 한다’며 식당에서 고기를 굽는 자세와 노래방 선곡까지 지적받았다.




이시이 다다시(石井直) 덴쓰 사장
 법적으로 노사가 합의한 월 70시간까지만 초과 근무를 할 수 있었지만 축소 신고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덴쓰 측은 이날 “노사협정 위반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과도한 목표를 세운 것이 축소 신고의 원인이 됐다”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일하는 방식 개혁’을 내세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라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도쿄 노동국은 27일 조사 중간발표를 하고 덴쓰 법인과 다카하시 씨의 상사였던 간부를 노동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전국적으로 약 30명의 직원이 노동시간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포착했으며 노무 담당 임원 등 10여 명에 대한 입건도 검토하고 있다.

 덴쓰는 1901년에 생긴 일본 최대 광고회사로 취업 준비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관계사를 포함하면 종업원이 4만7000명에 이른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