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그것이 알고싶닭, 산란계? 육계? 무엇이 다른가요?

동아사이언스
동아사이언스2016-12-30 10: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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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닭’의 해가 밝았습니다. 닭은 우리 민족에게는 새벽을 알리는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새죠. 게다가 올해는 밟음을 상징하는 ‘붉은 닭’의 해입니다. 그런데 닭들이 2016년 연말에 시작된 조류독감으로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죠? 조류독감(AI)의 유행으로 친구, 동료, 가족을 잃은 닭도 많고요. 뜻하지 않게 ‘정치적’ 동물로 비춰지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닭은 여전히 우리에게 아낌없이 줍니다. 물론 달걀과 고기를 얻으려고 기르는 가축 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유년을 맞아 ‘치킨’이 아닌 ‘닭’의 삶을 들여다봅시다.

● 산란계와 육계, 그 엇갈린 운명

농가에서 기르는 닭은 크게 세 종류입니다. 번식용, 알 낳는 용. 고기용으로 나눌 수 있지요. 번식용 닭은 대를 잇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1) 알을 낳는 닭, 산란계

알을 낳는 닭은 산란계라고 부르고, 산란계는 일단 암평아리로 태어나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수평아리로 태어났다면 대부분은 죽음을 맞이하고, 일부는 고기용(주로 삼계탕용)으로 구사일생하기도 합니다.



산란계는 평생 알을 낳다 죽습니다.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목숨을 건진 암평아리는 암탉으로 자라나고, 태어난 지 약 150일 정도가 지나면 첫 달걀을 낳을 수 있습니다. 암탉은 수탉이 없어도 알(무정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죠. 알을 낳을 수 있게 되면 산란계는 좁디 좁은 철장에 갇혀 평생을 삽니다. 평생이라고 해봤자 20개월 남짓. 산란계는 평균적으로 1년에 200여 개의 알을 낳으니, 태어나 알을 300개 쯤 낳고 죽는 거지요. 계속 알을 낳으면 되지 왜 죽이냐고요?

산란계는 태어난 지 20개월이 지나면 슬슬 생산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닭을 ‘늙은 닭’이라는 뜻으로 ‘노계’라 부르고, 노계는 대부분 죽음을 맞이합니다. 죽은 닭 중에 일부는 ‘고기용’으로 팔려가기도 하지요.

2) 아낌없이 다주는 육계

육계는 주요 부위는 물론 창자, 똥집, 발까지 식재료로 쓰입니다.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태어나 한 달 뒤 고기가 되는 육계는 날개나 다리는 물론이고 창자와 똥집(모래주머니)에 발까지 내어줍니다. 육계는 수평아리도 살 수 있습니다. 육계는 보통 암수 구분 없이 키우다 태어난 지 25~40일 정도가 되면 고기가 됩니다. 45일이 지나야 영양과 맛이 더 좋아지지만 크기가 커져 환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치킨은 대부분 태어난 지 30일이 갓 지난 영계입니다. 삼계탕용은 뚝배기보다 작은 크기인 25일 정도 지난 닭을 주로 사용합니다.

● 닭이 사는 그 집

닭을 키우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가두거나 풀어 놓거나. 우리나라 농가에서 산란계는 대부분 아파트 같은 좁은 우리에서 기르고, 육계는 땅에 풀어 기릅니다.

우리나라에서 산란계를 키우는 농가의 95%는 아파트형 우리에서 닭을 기릅니다. - GIB 제공
산란계가 사는 아파트는 한 마리당 밑면의 크기가 A4용지의 3분의 2정도 크기입니다. 평생 날개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죽는 닭이 대부분이지요.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에서 오래 사느니 차라리 고기가 되는 게 나은 편이라고 말할 정도 입니다. 닭이 사는 집에서 가장 중요한 인테리어는 바로 ‘조명’입니다. 닭은 색을 인식하는 범위와 민감도가 사람가 달라서 빛의 색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집니다. 빛은 산란계의 뇌하수체 전엽을 자극해 난포자극 호르몬의 분비를 돕습니다. 


산란계는 빨간색 전구에서 알을 가장 많이 낳았고, 육계는 노란색 전구에서 체중 증가가 가장 컸다. - (주)동아사이언스(자료:국립축산과학원) 제공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59주 동안 전구 빛의 색에 따라 닭의 생산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산란계는 빨간색 전구 아래서 가장 많은 알을 낳았고, 육계는 노란색 전구 아래서 가장 살이 많이 올랐습니다.

구체적으로 산란계는 백열전구아래서 251개를, 빨간색 LED 전구 아래서 271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육계는 백열전구 아래서 약 2.48kg, 노란색 LED 전구 아래서 약 2.55kg의 체중 증가를 보였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김민지 박사는 “농가에서 키우는 품종에 따라 전구 색을 달리해야 생산성을 최대로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온도에 민감해 슬픈 짐승

닭은 온혈동물이지만 대사율이 높고 체온의 변화가 많습니다. 여기서 온혈동물이란 정온동물의 다른 말로, 원래 기온에 상관없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동물을 말합니다. 병아리 평균 체온은 39℃, 다 큰 닭 평균 체온은 40.6~41.7℃ 사이입니다. 닭은 몸 전체가 깃털로 덮여 있고, 땀샘이 없어 체온 조절을 잘 못해서 열에 취약합니다.

닭은 고열에 약한 동물이다.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양계장 온도가 26.7℃가 넘으면 닭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고도임계온도라고 부릅니다. 양계장 온도가 30℃가 넘으면 산란 수는 감소하고, 32℃에 도달하면 체온과 호습수가 상승하며 입으로 거친 숨을 내뱉고 날개를 펄럭거리기 시작합니다. 심장 박동도 매우 빨라지고요.

닭은 빛과 온도에 매우 민감한 동물이다. - GIB 제공
닭은 체온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소모하는 열량보다 체내에 쌓이는 열이 많아져 사료 섭취량이 줄어듭니다. 또 갑상샘 호르몬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비타민 합성 능력도 떨어집니다. 탈수로 이어지면 면역력도 떨어져 조류독감같은 외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기가 쉬워 지지요. 이번 조류독감은 산란계 농가부터 시작해 육계 농가로 번졌습니다. 육계는 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는 것은 물론, 한 달에 한 번씩 새 닭이 들어와 비교적 쉽게 우리를 청소하고 관리할 수 있지요. 하지만 산란계는 좁고 한정된 공간에 아파트처럼 개체 수도 많은데다가, 육계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위생 관리나 방역활동이 자주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산란계가 육계보다 바이러스에 빨리 노출되고 감염된 것이지요. ‌‌‌※취재팀주 붉은 닭의 해가 밝았습니다. 닭은 예로부터 근면성실함을 상징하며 상서로운 새로 잘 알려져 있지요. 지난 연말 조류독감으로 인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닭들을 생각하며, 먹거리로서의 닭이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서의 닭을 과학으로 재조명해 보았습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4회에 걸쳐 닭에 대한 지식을 전해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추운 날씨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