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국제재판 넘겨야 北주민에 ‘김정은은 범죄자’ 인식 퍼져”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29 1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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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20년만의 고위급 탈북회견’]대북제재로 김정은 위기 몰려 제재 소용없음 보여주려 추진한 여명거리 건설 완수못해 ‘역효과’ 인권압박이 北정권 가장 위축시켜 先代의 명분 잃어 공포통치로 유지 김정은-생모 ‘적통’과 거리 멀어… 외부서 정보 유입땐 스스로 무너져 광장서 행사때 기관총 들고 검문도

“난 귀순 아닌 항복”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통일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치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외교관들을 향해 자식들을 북한에 인질로 잡아놓은 김정은을 순한 양처럼 따르지 말고 다같이 일어서자고 촉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8aa6b4b97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해외에서 공부한 김정은이 합리적, 이성적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으나, 고모부(장성택 전 노동당 부장)는 물론 측근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행태에 절망했고 민족을 핵 참화에서 구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탈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 “대북제재, 인권 압박 효과 있다”  태 전 공사는 “북한과 북한 외교 전반을 가장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것은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라며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김정은이 ICC 재판에 넘겨진다는 소문이 북한 내부에 흘러들어갔다고 생각해 보라”며 “북한의 아이들도 재판에 선다는 것은 범죄자가 끌려간다는 것임을 안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정은이 범죄자라는 것을 의미하며 김정은 정권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직선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태 전 공사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김정은 정권이 상당한 위기에 몰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의 대북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가를 판단할 때 절대로 경제적인 숫자를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대북제재가 효과가 있다는 증거로 김정은이 대북제재의 무용론을 보여주기 위해 전 주민과 간부들 앞에서 올해 10월 10일까지 완공하겠다고 호언한 여명거리 건설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점을 들었다. 그는 “북한은 2017년 말까지 핵개발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대북제재 무용론을 확산시키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끊임없는 도발과 핵실험으로 북한에 약(해법)이 없다는 인식을 심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각국 외교관들에게 탈북자들이 현지에서 여는 북한 인권 폭로 청문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외교관들이 반발해 결국 지시를 철회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 ‘김정은 체제 명분 잃은 공포선행통치’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체제는 선대가 유지해 오던 ‘명분’과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오직 공포정치와 처형을 통해서만 유지되는 ‘공포선행 통치체제’라고 진단했다. 태 전 공사는 사람이 갖고 있는 공포심을 자극해 절대 먼저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북한의 공포선행통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김정일 시절만 해도 김일성광장에 행사가 있을 때 양복을 입은 보안요원들이 신분증을 공손히 검사했지만 이제는 군복을 입고 있고 입구 앞에서는 기관총까지 겨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총구 앞을 지나가면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몸이 움츠러드는데 김정은은 바로 이런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북한 엘리트층 사이엔 이미 김씨 일가와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이 사라졌다는 것이 태 전 공사의 평가다.  그는 “북한은 외부 정보가 유입된다면 스스로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며 “만약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이 김정일의 맏아들이 아니고, 김정일의 여러 여인 가운데 한 명이 낳은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수령의 신격화는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생모인 고영희의 이름을 주민에게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차마 자기 어머니가 김정일의 정식 부인이 아니라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나는 귀순이나 탈북 아닌 항복”  태 전 공사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귀순이나 탈북을 한 게 아니다. 나는 한국 정부에 항복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탈북 결정이 남북 외교 대결의 최전선에서 ‘투항’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북한을 거대한 세트장이라고 평가한 그는 “북한 체제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북에 남겨둔 가족과 일가친척이 연좌제 처벌을 받을까 봐 차마 박차고 오지 못했다. 정작 와 보니 왜 진작 오지 못했을까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향후 활동에 대해 “북에 두고 온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방구석에 앉아서 눈물 흘리고 가슴 쥐어뜯는다고 달라질 것 하나도 없다”며 공개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낭독한 성명서에서 “탈북민은 통일되는 순간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노예 해방자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받게 될 것이며 이들이 통일 선봉에 나설 때 김정은 정권의 연좌제는 허물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