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SNS 다이어트 정보의 그늘 신스피레이션 증후군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29 09: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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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64cm, 몸무게 54kg의 정상 체중인 회사원 윤모 씨(29)는 2주 전부터 인스타그램에 ‘식단일기’를 쓰고 있다. 날마다 먹은 식단을 올리고 팔로어들에게 검사를 받는 것. 그가 주로 올리는 사진은 과일, 블랙커피, 샐러드, 삶은 달걀 등이다. 사진을 올리고는 ‘식단관리’ ‘다이어트식단’ ‘식단일기’ ‘다이어트그램’ 등의 태그를 단다. 그는 “정상 체중이어도 미용 체중이 되려면 5kg은 더 빼야 한다”며 “인스타그램 계정에 식단을 올리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니까 스스로 단속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민준 씨(25)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다이어터’다. 식단관리, 운동 등 다이어트 콘텐츠만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따로 두고 있다. 매일 먹은 음식 사진이나 집에서 바벨을 들고 운동하는 모습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린다. 그가 ‘운동스타그램’ ‘홈트레이닝’이라고 태그를 단 동영상의 조회수는 1000회가 넘는다.  SNS상에 ‘신스피레이션(thinspiration)’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신스피레이션은 ‘날씬한(thin)’과 ‘영감(inspiration)’의 합성어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고 자극하는 이미지, 경험담, 노하우 등을 의미한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28일 인스타그램의 신스피레이션 관련 태그를 단 콘텐츠 개수를 조사한 결과 다이어트는 590만여 건, 식단은 137만여 건, 운동은 224만여 건에 이른다.  하지만 SNS 다이어트 열풍에는 그늘도 있다. 과거엔 마르고 날씬한 몸매에 대한 이미지가 연예인들을 위주로 생산됐다면 이젠 일반인이 그 대상이 된 것. SNS에 올라오는 신스피레이션 콘텐츠를 보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며 각자의 몸을 평가한다. 직장인 신모 씨(28)는 “연예인들이 마르고 날씬한 거야 예사로 넘기지만 일반인들도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걸 보면서 나도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하나 싶었다”며 “SNS에 올라오는 비포 애프터 사진을 보면 내 몸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의 저자 나오미 울프가 지적한 대로 ‘집단 비만 공포증’을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프는 저서에서 “비만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은 자발적으로 다이어트 열풍에 뛰어들어 중독되면서 현실 감각까지 왜곡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유행한 자기계발이 신체로 옮겨 오면서 일종의 집단 강박이 생긴 것”이라며 “평범한 일반인이 다이어트에 열심인 상황으로 인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소외현상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자기혐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