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을 자폭테러 내몬 시리아의 비정한 부모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28 13: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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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반군 누스라전선 전 멤버로 알려진 아부 님르(가운데)와 그가 자살폭탄 테러를 하라고 시킨 7세, 9세의 두 딸. 사진=데일리메일

“투항해서 이교도에게 성폭행당하고 살해되고 싶니? 너희는 그들을 죽이고 싶지?”

 시리아 반군 누스라전선의 전 멤버로 알려진 아부 님르(본명 압둘 라흐만 샤드다드)는 16일경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에서 어린 두 딸 파티마(9)와 이슬람(7)을 품에 안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딸들에게 자살 폭탄 테러를 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쳤다. 이슬람 전통 의상인 검은 부르카로 몸을 두른 부인은 두 딸을 끌어안으며 “신이 우리 딸들을 천국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딸은 엄마 품에 안겨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26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자폭 테러를 종용받은 일곱 살 꼬마 이슬람 양은 16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미단 지역 경찰서에 혼자 걸어 들어갔다. “화장실이 어디 있어요?”라고 물은 소녀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다 품고 있던 폭탄이 터지면서 숨졌다. 외부에 있던 부모가 원격조종으로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테러로 경찰 3명이 다쳤지만 사망자는 소녀뿐이었다.

 최근 중동 지역 소셜미디어에는 이들 부부가 두 딸을 끌어안고 자폭 테러를 종용하는 2분 52초 분량의 동영상이 퍼졌다. 자폭 테러 후 이슬람 양의 머리만 남은 끔찍한 영상도 올라왔다. 극단주의 이슬람 사상에 경도된 부부가 ‘지하드(성전·聖戰)’라는 미명 아래 어린 딸들마저 자폭 테러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사실에 중동의 무슬림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동영상에서 아버지 님르는 알레포에서의 반군 퇴각을 언급하며 “왜 남아서 더 싸우지 않고 녹색버스(반군 탈출용으로 정부군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도망갔나”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묻자 부르카를 입은 딸들은 “다마스쿠스로 가서 폭탄 공격을 하겠다”고 답했다. 아버지는 “우리는 위대한 종교야. 그렇지 아가야?”라며 “무서워하지 마. 넌 신에게 가는 거야”라고 자폭 테러를 성전으로 합리화했다. 딸들은 “응”이라고 답했다.

 두 딸은 형형색색의 털모자와 잠바로 갈아입고는 엄마와 함께 ‘최후의 기도’를 했다. 이를 촬영하는 남성이 “왜 어린 딸을 지하드에 보내려고 하느냐”고 묻자 엄마는 “그 누구도 지하드를 하기에 어리지 않다. 지하드는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며 “가족으로서 신께 기도하겠다”고 답했다.

 두 딸은 극단주의 사상에 경도된 부모로부터 지독한 세뇌 교육을 받고 자란 것으로 보인다. 경찰서 자살 테러를 감행한 7세 소녀는 아빠 엄마 형제자매 등 가족에게 ‘나를 따라서 자폭 테러를 하라’고 당부하는 손편지를 썼다고 한다. 아버지 님르는 2012년 시리아의 유명 연기자 무함마드 라피를 납치하고 살해하는 데 관여한 극단주의자로 딸들을 테러에 동원한 이후 이달 말 다마스쿠스 외곽 지역에서 전투 도중 사망했다. 나머지 가족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시리아 1100만 난민을 돕기 위해 1억 리얄(약 321억 원) 펀드 모금에 나섰다. 그동안 시리아 반군을 지지해 온 사우디는 이번 펀드 자금으로 난민캠프를 짓고 음식과 담요, 약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살만 국왕을 비롯한 왕족들도 펀드에 개인 재산을 내놓았다. 국왕은 2000만 리얄(약 65억 원),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세자는 1000만 리얄(약 33억 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는 800만 리얄(약 26억 원)을 각각 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