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탈출했어요” 터키서 웃음 되찾은 알레포 소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23 10: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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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로 알레포 참상을 알려온 7세 소녀 바나 알라베드 양(왼쪽)이 21일 터키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품에 안겨 활짝 웃고 있다. 앙카라=AP 뉴시스
“우리를 알레포에서 탈출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리아 알레포의 참상을 트위터로 알려 주목받은 7세 소녀 바나 알라베드 양이 21일 터키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알레포 탈출 협상을 이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분홍색 머리띠를 쓰고 체크무늬 치마와 하얀 스타킹으로 예쁘게 꾸민 알라베드 양은 19일 반군의 알레포 동부지역을 탈출해 이날 터키로 건너왔다.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알레포 참상에 대한 글과 사진, 동영상을 올린 지 3개월 만이다.



 알라베드 양이 터키로 가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던 건 트위터의 힘 덕분이었다. 소녀는 알레포 전투 종료 후 터키와 러시아의 동부지역 주민 탈출 협상이 잡음을 내며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18일 에르도안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에 메시지를 보냈다.

 “제발 이 협정이 잘 지켜져 우리를 빠져나가게 해주세요.”

 트윗을 받은 터키 정부는 다음 날인 19일 “알라베드 양과 그 가족을 터키로 데려오겠다”고 발표했다.


 알라베드 양 가족은 19일 버스를 타고 알레포 동부지역에서 서쪽 이들리브 지방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뒤 터키 정부의 도움으로 북쪽인 앙카라로 향했다. 소녀는 21일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출할 때 시리아 정부군이 우리를 알아보고 죽일까 봐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덜덜 떨었다”며 “음식과 물 없이 19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버스는 마치 감옥 같았다”고 말했다.

 알라베드 양과 동생 무함마드 군(5), 누르 군(3), 어머니 파티마 씨와 아버지 등 다섯 식구는 당분간 터키가 마련해준 새집에서 살 예정이다. 소녀는 5개월 동안 사방이 정부군에 포위당한 알레포에서 쌀과 마카로니만으로 연명했지만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는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과일을 꼽았다.

 9월 말 개설된 알라베드 양 트위터는 ‘현대판 안네의 일기’라고 불리며 팔로어가 36만 명을 넘어섰다. 3개월 동안 쓴 715개 트윗에는 폭격이 빗발치는 알레포 현장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 등 전쟁의 참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끔찍한 폐허와 더불어 앞니 두 개가 빠진 채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소녀 사진이 대비되면서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정부군 폭격에 무너져 내린 집 사진과 함께 “최후의 메시지. 엄청난 폭격에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다. 안녕”이라고 적어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알레포에서의 막판 전투가 치열하던 이달 초에는 갑자기 트윗 계정이 사라져 가족이 사망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알라베드 양의 트윗 계정은 영어 교사인 어머니 파티마 씨가 주도해 운영해왔다. 전쟁 통에 전기가 끊겨 트위터에 글을 쓰는 휴대전화 전력은 태양광 패널로 충전했다. 트윗 중에는 7세 소녀의 글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치적인 구호도 눈에 띄어 엄마가 어린 딸을 반군의 선전도구로 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파티마 씨는 “우리가 말하려는 건 우리 같은 평범한 알레포 시민들이 전장에서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당분간 터키에 살게 된 소녀는 “알레포에 꼭 다시 돌아가는 게 꿈”이라며 “미래에 알레포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