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와 시국 불안 속에 다가온 축제, 캐럴과 흥도 얼어 붙는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23 09: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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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GettyImagesBank
《 연말 크리스마스는 누구에게나 설레는 날입니다. 서울 청계광장에 마련된 크리스마스트리를 구경하러 하루에도 1만 명의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올 크리스마스 계획을 과거의 추억과 함께 들어 봤습니다. 》
 

▼ 캐럴과 선물의 기억 ▼


 “19세기 유럽 왕실에서는 가족사진을 넣은 크리스마스카드를 국민들에게 보냈다는 글을 읽었어요. 저희 가족도 작년부터 가족사진을 찍어 주변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카드 겸 연하장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200장을 보냈는데 ‘못 받아 섭섭하다’는 사람이 많아 올해는 300장으로 늘렸어요.” ―김미화 씨(29·쿠팡 대리)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서울 명동에서 크리스마스 풍경을 구경했는데 한 장소에 그렇게 많은 연인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그 연인들 틈으로 솟아 있는 구세군 냄비 표지와 종소리, 곳곳에서 들리는 캐럴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김희균 씨(34·와이즈버즈 이사)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밤새 성탄 전야 미사에 참석하곤 했죠. 늦은 시간까지 성당에 있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이 가장 크리스마스다웠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올 크리스마스엔 부모님, 예비 신부와 편안하고 따뜻하게 보낼 예정입니다.” ―정동렬 씨(33·삼성증권 대리)

 “큰아이가 세 살 됐을 때 첫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어요. 아들이 그렇게 가지고 싶어 했던 자동차 장난감을 준비했죠. 직접 산타로 분장해서 선물을 줬더니 아이가 선물보다 직접 산타할아버지를 만났다는 사실에 훨씬 기뻐하더라고요. 몇 년이 지난 일인데도 그때 아이가 ‘산타할아버지다’ 하며 동그랗게 뜬 눈을 못 잊겠어요.” ―정경섭 씨(41·에스원 차장)

 “남편과 연인이 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때 시청 앞 광장에 스케이트장이 처음 생겼어요. 프로 아이스하키팀 선수였던 남편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자기 스케이트를 챙겨 들고 제 손을 잡고 시청 앞에 나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곳에서 빌리는 스케이트만 신을 수 있어서 구경만 하다 왔지만요.” ―옥자영 씨(35·방송인)
 

▼ 즐겁지 않은 사람들 ▼


 “작년 크리스마스 때 집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고 차를 몰고 나왔죠. 보통 때는 1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인데 그날은 차 속에서 1시간 동안 갇혀 있어야 했어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사연은 온통 데이트 이야기. 남자친구 없던 크리스마스에 길 한복판에서 꼼짝없이 다른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만 들었죠.” ―이주현 씨(30·회사원)

 “여행대학 사람들 30명 정도가 모여 작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거예요. 맛있는 음식 차려놓고 연말을 맞는 소감도 이야기로 나눌 거예요. 저는 얼른 파티 끝내고 집에 갈 겁니다. 그리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빨리 잠들 겁니다. 크리스마스엔 자야 합니다. 저 같은 솔로는.” ―강기태 씨(33·여행대학 총장)

 “베이커리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비상이에요. 다들 크리스마스다, 송년회다 신나게 놀지만 베이커리 직원들은 입에서 단내 나게 일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저희끼린 ‘제빵사 죽는 날’이라고 불러요. 크리스마스엔 케이크가 하루 200개 가까이 팔리는데 평소의 3배 수준입니다. 퇴근도 3시간 정도 늦어지고요. 그래도 다들 행복하시길!” ―오소라 씨(29·제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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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사랑과 나눔의 날 ▼


 “크리스마스에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는 ‘해피앤딩’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세상 모든 어린이가 불행하지 않고 밝은 내일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해외아동후원캠페인입니다. 많은 연예인들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도움을 주고 있어 든든합니다.” ―이지혜 씨(34·월드비전 과장)

 “어릴 땐 항상 교회를 갔어요. 이젠 아이가 생겨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생각입니다. 집을 미니전구와 간단한 소품으로 꾸미고 아주버니 부부를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열 예정이에요. 파티 예쁘게 꾸며 사진 찍고 친구들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기로 했어요.” ―전하나 씨(30·회사원)

 “경찰로 근무하며 아동학대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항상 크리스마스가 되면 들뜨고 신나는 모습의 아이들과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사랑받기 힘든 아이들의 생각이 복잡하게 얽힙니다. 소외계층 아이들은 이맘때쯤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요. 그래서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가정 두 곳에 삼겹살과 생필품을 전달했어요. 거창하지 않은 선물이지만 연신 감사하다는 아이와 부모님을 보고 제 마음이 더 따뜻하고 감사했습니다. ―이은숙 씨(33·경찰)
 

▼ 연인과 가족을 찾아 ▼


 “아직 크리스마스를 함께 지낼 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솔로’ 대첩을 엽니다. 맛있는 식당을 4, 5군데 미리 섭외해 두고 남자 둘, 여자 둘이 짝을 지어 식당을 돌며 음식을 먹고 데이트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연인들만 크리스마스에 행복하란 법 있나요. 솔로들끼리 만나 크리스마스에 즐거운 추억 하나 가져가면 되죠.” ―손승우 씨(30·새미프 대표)

 “아무래도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다니다 보니까 연말엔 공연 준비로 바빠요. 가수 윤종신 공연과 회사 힙합레이블 공연이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이어집니다. 연예인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할 일이 참 많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저희가 준비한 공연을 보고 따뜻한 연말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고두리 씨(27·연예기획사 직원)

 “부모님 모시고 속초로 여행 가기로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에 여자 친구들과 나눈 기억만 있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부모를 위한 산타가 돼 보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겨울바다도 보고 좋은 음식도 먹으며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거예요” ―김영신 씨(35·회사원)
 

▼ 불경기와 시국이 바꿔 놓은 풍경 ▼


 “청계광장에서 크리스마스페스티벌을 열고 있습니다. 어수선한 시국인데도 하루 9000명에서 1만 명의 관람객이 광장을 찾아 크리스마스를 만끽하고 있어요. 올해는 선물 박스 콘셉트로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몄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지난해엔 하루 1만5000명씩 들렀던 관람객이 다소 줄긴 했습니다.” ―이제규 씨(45·서울크리스마스페스티벌 조직위원회 국장)

 “외식·회식 분위기가 완전히 얼어붙었어요. 대목은 고사하고 매출이 평소의 절반도 나오질 않습니다. 주변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지인은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 타격까지 겹치면서 하루 40∼50마리씩 팔던 치킨을 지금은 한두 마리밖에 팔지 못한다며 울상입니다.” ―홍석인 씨(31·호프집 운영)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캐럴이 길가에 울려 퍼지고 알록달록한 장식도 눈에 띄어야 하는데 요즘엔 캐럴도 듣기 어려워졌어요. 음악 저작권 때문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진 모르겠지만 거리를 걸으며 상가마다 나오는 캐럴도 듣지 못해 아쉽습니다.” ―한예은 씨(26·현대미술작가)

 “중국 상하이에는 요즘 어딜 가도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돼 있고 캐럴이 끊임없이 들려와서 축제 같은 느낌이에요. 한국은 불경기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겹쳐서 그런지 거리가 스산해요. 사회 분위기가 두 도시의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많이 다르게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박수량 씨(30·중국 상하이 거주)

 “22일 현재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탑은 41.7도, 모금액은 1495억 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때에 사랑의 온도탑이 49.4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조금 부족한 수준이죠. 정치사회적인 이슈가 많다 보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좀 덜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려움이 많은 시기이지만 소외된 이웃을 생각해 많은 분들이 나눔에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홍지원 씨(30·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팀장)
 
오피니언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