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에 자살한 소니 사원, 산재인정 못받아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6-12-22 18: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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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GettyImagesBank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궁지에 내몰린 남성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지만 일본 법원은 이를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버즈피드 재팬은 지난 2010년 근무 스트레스로 자살한 소니 엔지니어 A씨(남성, 당시 33세)씨 유가족이 제기한 보상 청구 소송이 기각됐다는 소식을 21일 전했습니다.

원고인 유가족 측에 따르면 목숨을 끊은 엔지니어는 6급 장애인으로, 여섯 살 때 뇌종양 수술 후 목숨은 건졌지만 왼손과 왼발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으며 피곤해지면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는 시각장애와 자폐증도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대학원을 나와 2004년 4월에 대기업 소니에 입사해 엔지니어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간 문제 없이 근무하던 A씨는 2008년 근무지 변경으로 문제의 상사 B씨를 만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B씨는 작은 잘못에도 A씨를 유독 호되게 질책했고, 회의 중간에도 대놓고 무시하며 따돌렸습니다.

부서를 옮겼지만 직장 스트레스는 더 심해졌습니다. 또다른 상사 C가 A씨를 향해 “여자나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주제에”등 차별성 폭언을 퍼부으며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입니다(상사C는 이후에 사과했습니다).

결국 A씨는 2009년 12월 30일과 2010년 5월 17일 두 번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켜 입원했습니다. 2010년 6월에는 신경정신과에서 ‘적응장애’진단까지 받았지만, 지방법원에서는 이 적응장애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7~8월에 걸쳐 A씨는 인사부에서 퇴직 강요를 받고 2010년 8월 2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카와히토 히로시 변호사(좌). 사진=버즈피드 재팬
일본에서 정신적 장애가 산재로 인정되려면 ‘6개월 전부터 징후가 시작되어야 함(만성 징후)’, ‘업무 때문에 생긴 문제여야 함’, ‘강한 심리적 부담이 초래됐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함’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유족 측 변호인인 카와히토 히로시 변호사는 “심리적 부담이 얼마나 컸는지를 판정하는 것은 재판관의 주관적 판단에 달려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카와히토 변호사는 최근 과로와 인격모독에 시달리다 자살한 광고회사 ‘덴츠’ 신입사원 타카하시 마츠리(여성, 사망 당시 24세)씨의 법정 대리인이기도 합니다. 타카하시 씨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한 달에 105시간 초과근무를 했으며, 상사로부터 “여자가 외모가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출근하지 마라”는 모욕을 듣기도 했습니다.

A씨 유족 측은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 없다. 비인간적인 노동관행으로 희생되는 근로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