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120명 불러놓고…바람맞힌 조희연 서울교육감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22 10: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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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동아일보 DB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일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서울 성동구의 한 행사장에서 아버지 120명과 마주 앉아 대담 형식의 토론을 할 예정이었다. 학부모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교육감은 사전 통지 없이 불참했다. 교육청 직원이 행사 시작을 알리며 “교육감님이 역사 교과서 문제 때문에 국회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다”고 전할 뿐이었다.

 식사 후 오후 7시 30분부터 교육정책국장의 교육 정책 소개가 30분간 이어졌고, 이후에는 대변인실 직원이 사회를 보며 ‘가장 이상적인 배우자의 유형은?’ ‘엄마의 자녀 교육에 불만이 있다면?’ 등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묻는 데 30분 이상을 소진했다. 8시 30분까지도 정작 이날 토론 주제인 ‘서울 교육 정책’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몇몇 아버지는 행사에 실망해 자리를 떴다. 

‌  참다못한 중학생 학부모 임모 씨는 “교육감과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양천구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한 시간이 다 되도록 오락만 하고 있다. 교육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고 싶다”고 건의했다. 직원들이 “따로 발언을 할 시간이 없으니 종이에 적어 달라”고 하자 임 씨는 “몇 자 쓸 것 같으면 인터넷에 올리지 여기까지 왔겠느냐”고 항의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학부모 황모 씨도 “교육 정책에 대해 교육감과 토론하기 위해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1시간 넘게 걸려 왔다”며 “아빠 120명의 시간이 교육감의 한두 시간보다 중요하다. 교육감이 안 오는 줄 알았으면 안 왔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아버지들은 교육 정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보였다. A4 용지 두 장 가득 학부모 의견서까지 만들어 교육청 측에 전달한 학부모도 있었다.

 시교육청은 아버지들과 함께 서울형 자유학기제, 혁신학교 등 10건의 교육 정책을 주제로 토론하겠다며 직장 등 생업으로 낮에 참여하기 어려운 아버지들의 상황을 고려해 행사를 저녁 시간에 편성했다고 보도자료까지 냈다.

 조 교육감 측은 21일 “행사를 기획한 담당 부서가 교육감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식사를 제공하면 사전 선거운동을 한 걸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준비했다”며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교육감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전날 학부모에게 변명했던 국회 일정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전날 조 교육감이 참석한 시도교육감협의회의 국회 일정은 행사 두 시간 전인 오후 4시 30분에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식사 제공이 문제였다면 늦게라도 참석자에게 식비 7000원을 내라고 양해를 구한 뒤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조 교육감은 자신의 차기 선거에 흠 잡히지 않을 길을 택했다.   교육감을 하는 이유가 선거 때문인지 교육 정책을 만들어 가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지원·정책사회부 z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