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르 확장”… 가요 “세대 교체”… 미술 “위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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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2016-12-21 10: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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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문화계 오樂가樂] ― 영화·대중음악·미술계 결산 대박 히트작 줄고 소재 다양… 정부 비판 영화 줄이어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000만 관객을 기록한 ‘부산행’. 사진=동아일보DB

‘숫자’만 보면 지난해보단 아쉬운 한 해였다. 국내 영화시장은 올해도 4년 연속 총 관객 수 2억 명을 돌파하긴 했지만 ‘1000만 관객’을 넘긴 대박 히트작은 ‘부산행’ 단 한 편에 그쳤다. ‘베테랑’ ‘암살’ ‘국제시장’ 등 흥행작이 이어진 지난해에 비하면 소박한 수준이다. 하지만 소재와 장르가 다양화되고 이들 영화가 흥행에서 ‘중박’의 성공을 거두면서 질적으로는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가 많다.


○ 낯선 소재로 폭 넓혀

 5월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좀비와 샤머니즘, 오컬트를 묘하게 결합했다. 기존 상업영화의 보편적 장르 공식을 깼다. 관객 사이에선 듣도 보도 못한 분위기의 영화라는 평이 나오며 688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낯선 소재에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거머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사진=동아일보DB

뒤이어 개봉한 ‘부산행’ 역시 한국 영화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좀비라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관객 1156만 명을 기록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한국형 좀비’는 30개국에서 개봉해 약 4600만 달러(54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6월 개봉)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거머쥐었다. 여성들의 동성애라는 비주류 소재와 수위 높은 성적 묘사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데도 국내에서 429만 관객이 관람했고, 176개국에 판매돼 한국 영화 최다 수출 기록까지 세웠다.


○ 꼬집는 메시지와 거센 여풍


 지난해 ‘내부자들’과 ‘베테랑’에 이어 올해도 법조계의 문제점을 다룬 ‘검사외전’이 970만 관객을 모으며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의 신호탄을 쐈다. 터널 붕괴 사건을 다룬 ‘터널’이나 원자력발전소 폭발 시나리오를 그린 ‘판도라’(7일 개봉)처럼 재난 상황에서 무기력한 정부 비판이 줄을 이었다. 특히 판도라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맞물리며 총리에게 휘둘리는 무능한 대통령이 등장하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등 ‘역대급’ 캐스팅을 자랑하는 ‘마스터’(21일 개봉 예정) 역시 대한민국 최대 사기 사건을 통해 사회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여성 영화인들이 전면에 나선 영화들이 등장한 것도 특징이다.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와 ‘덕혜옹주’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연기력과 티켓 파워를 갖춘 배우임을 입증했다. 지난달 개봉한 ‘미씽: 사라진 여자’는 이언희 감독부터 엄지원, 공효진까지 세 여성 영화인이 만난 영화로, 모성애를 여성의 시각에서 섬세하게 다뤄냈다. ‘최악의 하루’ ‘춘몽’의 한예리와 ‘죽여주는 여자’에서 50년 연기 경력을 유감없이 녹여낸 윤여정이 주목을 받았다.
  


▼ ‘트와이스’ ‘여자친구’ 등 여가수 전성시대 ▼




가요계 여성 파워를 대표한 걸그룹 트와이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외 대중음악계에서 ‘우먼파워’가 돋보인 한 해였다.
남성그룹이 주도했던 국내 아이돌 음악은 올해 20주년을 맞아 여성그룹에 대중이 반하는 ‘걸크러시’ 열풍으로 새 물결을 탔다. 비욘세는 파격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평단을 흔들었다. 큰 별들의 낙하는 세기의 문턱을 처음 넘은 대중음악사를 돌아보게 했다.


○ ‘친구를 만나느라 shy shy shy’(트와이스 ‘CHEER UP’ 중)

  ‘샤샤샤(shy shy shy)’로 시작해 ‘너무해’로 끝냈다. 유튜브의 ‘2016년 국내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뮤직비디오’에서 트와이스는 각각 1위와 3위, 여자친구는 ‘시간을 달려서’로 2위에 올랐다. 트와이스의 ‘CHEER UP’ ‘TT’가 담긴 앨범은 각각 15만 장 넘게 팔려 나갔고 19일 낸 ‘크리스마스 에디션’은 선주문만 11만5000장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비욘세는 흑인 여성이 느끼는 불안과 분노를 사회적 메시지로 확장한 앨범 ‘Lemonade’로 팝스타를 넘어 아티스트로 재평가받았다.


○ ‘다 가져가. 내 피 땀 눈물’(방탄소년단 ‘피 땀 눈물’ 중)

 연초, 엑소를 위협할 아이돌로 조심스레 점쳐진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은 헛되지 않았다. 10월 낸 앨범 ‘WINGS’로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한국 가수 최고 기록(26위)을 거뒀다. 화제성의 척도인 ‘빌보드 소셜50’에서는 미국 스타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5월 낸 ‘불타오르네’에서 ‘싹 다 불태워라’고 한 호언은 무색하지 않았다.


○ ‘나비도 서로 만나 이렇게 춤을 추니’(두번째달 ‘적성가’ 중)

 국악과 대중음악의 교배가 새 지평을 만났다. 국악기를 록과 결합한 밴드 잠비나이는 6월 낸 2집 ‘은서’로 해외 평단을 놀라게 했다. ‘올해의 노래 100’(미국 국영 라디오 ‘NPR’), ‘당신이 놓친 2016 최고의 앨범’(미국 대중문화지 ‘롤링 스톤’)에 이름을 올렸다. 국악과 재즈를 융화시킨 밴드 블랙스트링은 독일 음반사 ACT에서 데뷔 음반을 냈고, 밴드 두번째달은 판소리 춘향가와 유럽 민속음악을 자연스레 결합해냈다.


○ ‘Hineni, Hineni’(히브리어로 ‘제가 여기 있습니다’·레너드 코언 ‘You Want It Darker’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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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데이비드 보위 별세 이후 거장들의 부고가 잇따랐다. 사진=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 이우환-천경자 작가, 번갈아 위작 논란 휩싸여 ▼

천경자 작가의 ‘미인도’ 진위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20일 수사 결과 발표 현장(첫번째 사진)과 6월 위작 사건으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고 기자회견에 나선 이우환 작가. 사진=동아일보DB
“미술계가 이렇게까지 세상 이목을 크게 끌었던 해는 내 기억에 없다. 하지만 불행히도 자랑스럽고 기쁜 일로 관심 받은 게 아니어서 안타깝다.”

 2016년 한국 미술계를 요약한 우찬규 학고재 회장(59)의 말이다. 초점은 위작(僞作) 논란. 검찰이 8개월의 수사 끝에 진품으로 판단했다고 20일 밝힌 천경자 작가(1924∼2015)의 ‘미인도’(1977년), 그림 위조 사실을 시인한 피의자가 검거된 상황에서 “경찰 수사 대상이 된 그림은 모두 내가 그린 진품”이라고 주장한 이우환 작가(80)가 그 중심에 있었다.

 위작으로 의심되는 이 작가의 그림이 가짜 감정서가 붙은 채 국내 양대 경매사 중 하나인 K옥션에서 거래됐다는 사실을 1월 초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하면서 위작 논란이 불붙었다. 경매 직후 경찰은 이 그림 등 위작으로 의심되는 50여 점을 압수하고 화상(畵商) 현모 씨와 위조기술자를 체포했다. 하지만 6월 경찰 조사를 받은 이 작가는 기자회견에서 “가짜 감정서가 붙었고 위조범이 자백을 했어도 작가 본인이 진품이라고 하면 진품이다. 경찰이 보여준 그림은 모두 내 고유의 호흡과 기법으로 누구도 모방할 수 없게 그린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현 씨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년 1월 초 나올 예정이어서 이대로라면 작가는 위작이 없다고 하는데 범행을 자백한 위조범이 처벌 받는 상황을 맞게 된다.

 지난달 경찰이 이 작가 그림 40여 점을 위조해 유통시킨 다른 일당을 검거하면서 사건은 한층 더 확대됐다. 이 작가는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 작가가 1991년 위작이라고 주장한 ‘미인도’ 역시 25년 만에 검찰 수사를 받고 진품으로 판정 받았지만 역시 논란의 결말이 요원하다. 4월 ‘미인도’ 소장처인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등 관계자 6명을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한 천 작가의 유족은 “검찰이 공정히 수사할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거나 윗선 압력에 휘둘린 것으로 보인다”며 반발했다. 감정 전문가들은 “입수 기록이 뚜렷한 작품에 대해 작가 유족이 논란을 제기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위작 판정이 흑백 나누듯 가려지지 않으므로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작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술 시장은 거침없이 성장했다. 지난해부터 4회 연속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김환기(1913∼1974) 등 단색화 작가들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최초의 외국인 관장 기용으로 주목 받았지만 기대만큼 시스템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기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기자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