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남편 만나려고 로스쿨 갔던 그녀, 성평등 위해…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20 10: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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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h Bader Ginsburg  
‌사진출처 | ⓒGettyImagesBank
“젠더평등은 女男 모두의 권리를 증진시킨다”
 미국 연방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1933년생으로 마르고 눈빛이 형형한 이 대법관을 가리키는 별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책의 제목인 ‘노터리어스(악명 높은) R.B.G.’. 미국 흑인 래퍼 ‘노터리어스 B.I.G.’를 본뜬 이 별명은 지금 현재 미국에서 그가 갖고 있는 독특한 위치를 단번에 설명해줍니다. 칠순이 훌쩍 넘어 ‘구세대’로 취급될 만한 나이의 그는 오히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힙’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젊은 세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R.B.G.는 로스쿨에 입학하려는 이유로 ‘좋은 남편감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것이 권장되던 시절 법조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에 놓인 각종 장벽을 지성과 에너지로 돌파하며 여성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연방 대법관에 오른 인물입니다.  스스로를 ‘밀레니얼 세대’로 가리키는 저자들은 이처럼 입지전적인 인물을 그린 전기로는 드물게, 위트를 담아 밝고 경쾌하게 R.B.G.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냅니다. 그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우경화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법원에서 홀로 연달아 소수의견을 내며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시기부터 시작해 그의 어린시절과 사생활, 가족관계까지 담았습니다.  R.B.G.는 젠더평등이 여성과 남성 모두의 권리를 증진한다는 것을 법적으로 증명해 온 인물이죠. 임신과 육아가 여성의 것으로 치부되는 바람에 홀아버지가 외려 사회보장을 받을 수 없는 법의 맹점을 소송으로 드러내는 식입니다.  R.B.G.가 살아온 방식 중 특기할 만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함부로 화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도저히 반박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싸움에서 이기는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싸워야 할 때 그 싸움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도 않았습니다. 국내 온라인에서 남녀차별에 대한 논쟁이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지금, 그 모든 싸움을 최전선에서 치러낸 선배의 인생을 한 번쯤 돌아볼 때입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