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닭뼈로 죽 끓여먹는 북한 청년 노동자들 처참한 실상

최현정 기자
최현정 기자2016-12-20 10: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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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작업 뒤… 이런 곳에서 쪽잠 
‌어둠이 짙게 깔린 최근 어느 날 오후 8시경 밤샘 작업에 동원된 북한 노동자 2명이 카타르 도하 외곽 공사현장에서 건설자재를 실은 손수레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위쪽 사진). 카타르의 북한 노동자 집단 거주지인 사일리야 캠프 숙소는 하루 14시간 중노동을 마친 이들이 돌아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일대 거리는 온통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다. 도하·사일리야=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istolethetv / flickr
하수도 없는 숙소엔 악취 진동 
‌21세기 노예 카타르 북한 노동자
“북한 노동자들이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새벽에 패스트푸드점 쓰레기통을 뒤집니다.”

 카타르의 북한 건설노동자 실태에 정통한 현지 교민은 이들의 열악한 생활 실태를 이렇게 전했다. 매끼 식사가 너무 부실하다 보니 새벽 시간에 몰래 시내 패스트푸드점 쓰레기통을 뒤져 먹다 남은 닭뼈 등을 가져가 죽처럼 끓여 먹는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해외 노동자 월급에서 매달 50∼60달러를 식비 명목으로 떼어 간다. 하지만 식단은 맨밥에 김치 몇 조각이 전부라고 했다. 한 북한 노동자는 최근 도하의 대형 쇼핑몰 제과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쓰레기통에 버린 빵을 몰래 주워 가다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현지 경찰에게 걸려 추방되기도 했다.

○ 900달러 벌지만 손에 쥐는 건 150달러뿐  

카타르 사막의 뙤약볕 아래에서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에 동원되는 북한 노동자는 2600여 명. 북한 노동자 파견 규모로는 중동에서 쿠웨이트(3800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북한이 한창 카타르에 노동자를 많이 보내던 2014년에는 3000명에 육박했다. 이들은 매년 800만 달러(약 95억 원)를 벌어들여 북한에는 주요 돈줄 역할을 한다.

 최근 어느 토요일 저녁에 찾아간 도하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밤중에도 조명 아래 북한 노동자들이 한창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북한 노동자는 고정 일당을 받는 게 아니라 성과에 따라 차등 급여를 받기 때문에 속도에 사활을 건다. 북한 회사 입장에선 노동자가 계약한 공사를 최대한 빨리 마쳐야 다른 업체와 새로운 계약을 맺어 통치자금을 더 많이 벌어들일 수 있다. 일부 공사 현장에서는 2교대로 팀을 짜 24시간 동안 작업하기도 한다.

 공사 현장 입구엔 경비가 지키고 있어 북한 노동자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 접촉하기가 어려웠다. 지난해 7월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이 카타르 내 북한 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를 쏟아내자 북한 당국이 주쿠웨이트 북한대사관을 통해 중동 지역 현장에 일괄적으로 보냈다는 공문 내용을 전해 들은 터라 두렵기도 했다. 공문 내용은 이랬다.

 “공사 현장에 남조선 사람이 접근해 촬영을 시도하면 단숨에 제압해서 카메라를 부수고, 끝까지 반항하면 폭력을 써서 내쫓아도 좋으니 적극적인 차단 방책을 강구하라.”

 공사 현장을 서성인 지 1시간가량 지났을까. 주황색 작업복에 형광조끼를 걸친 북한 남성이 공사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 잠시 쉬려는 듯했다. 그에게 접근해 한국인이라고 밝히자 당황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어두운 공사장 뒤편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어렵게 만난 북한 노동자 A 씨는 매주 6일간 오전 6시 30분∼7시 현장에 도착해 오후 9시까지 하루 14시간 일한다고 했다. 숙소인 사일리야 캠프는 도하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외곽에 있어 출근 시간을 맞추려면 오전 5시에는 눈을 떠야 한다. 매주 금요일은 휴무지만 쉬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북한 노동자가 하루 14시간 동안 뙤약볕 아래에서 몸을 혹사해 손에 쥐는 돈은 월 150∼200달러다. 카타르 건설사와의 계약서에는 월급이 900달러가량으로 적혀 있지만, 이 중 700∼750달러는 북한 건설사가 세금 식비 보험료 등 각종 명목으로 떼어 간다. 군인들로 구성된 남강건설 소속 노동자는 3년간 일절 월급을 못 받고 북한으로 돌아갈 때 일시금으로 3000달러를 받는다. 월평균 83달러가 조금 넘는 돈이다.

○ “‘최악’ 북한보단 ‘차악’ 카타르”

 카타르 내 북한 노동자는 북한 대외건설지도부 산하 건설사 5곳에 소속돼 있다. 형식적으로는 북한 민간 건설사가 카타르 현지 건설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인력을 파견하는 구조지만 사실상 북한 당국이 직접 운영한다. 관리를 맡은 건설사 사장과 당 간부,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은 중간에서 노동자 월급을 갈취하고 뇌물 액수에 따라 보직을 정해 준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언제 쫓겨나도 이상하지 않은 신세가 된 북한 건설사는 하루빨리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동자들을 밤낮없이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 5∼8월에는 낮에 계약 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몰래 다른 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198명이 적발돼 계약 위반으로 추방됐다.

 카타르는 유엔 대북제재 움직임에 발맞춰 올해 5월부터 북한 신규 노동자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미국은 8월 카타르 등에 북한 인력 고용 자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래서인지 카타르에서 만난 복수의 북한 노동자들은 미국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기자가 물어보면 머뭇거리며 대답하던 이들은 유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거취나 미국 대선에 대해선 거꾸로 기자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도하 공사 현장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 B 씨도 “오바마 소식 좀 아는 게 있느냐”며 “오바마가 ‘까따르’에서 북조선 사람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인과 수년간 교류해온 현지 교민은 “북한으로 돌아가면 최악(最惡)의 처지에 놓일 거란 걸 잘 알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나마 차악(次惡)인 카타르에 머물고 싶어 하는 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도하=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