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일부러 잃어버리고 도둑 훔쳐본 남자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6-12-19 18: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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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리거나 도둑맞은 휴대전화는 어디로 가서 누구의 손에 들어갈까요. 네덜란드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있는 안토니 반 더 미어 씨는 어느 날 아이폰을 도둑맞은 이후 누군가가 자기 개인정보를 다 빼내갔을 거라는 생각에 불안해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내 폰을 가져가서 어떤 용도로 쓰고 있을지 계속 궁금했던 안토니 씨는 폰을 일부러 도둑맞기로 결심합니다. 물론 이번엔 휴대전화를 추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고, 누가 가져갔는지 볼 수 있도록 ‘스파이 앱’도 깔았습니다. 그는 이 ‘일부러 폰 잃어버리기’프로젝트를 20분 가량의 영상으로 정리해 지난 13일(현지시간) 유튜브에 공유했습니다.



안토니 씨와 친구들은 로테르담 역에 휴대폰이 들어있는 가방을 놓고 누군가 훔쳐가길 기다렸지만 하루 종일 아무도 가방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결국 가방을 암스테르담 역에 옮겨놓고 한참을 기다리자 누군가 다가와 가방을 가져갑니다.



안토니 씨는 스파이 앱을 구동시켜 도둑의 이동경로, 검색기록, 통화와 문자 기록은 물론 그의 얼굴까지 알아냈습니다. 도둑은 40대 정도로 추정되는 이집트-아랍 계 남성으로, 떳떳하지 못한 일들에 손을 대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도둑을 한심하게 여기던 안토니 씨는 몇 주 간 그를 지켜보면서 왠지 외롭고 슬퍼 보이는 그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 미묘한 연민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물욕 많은 도둑이라고만 여겼던 사람의 일상과 고뇌를 엿보면서 안토니 씨는 마치 자신이 예전부터 그 남자를 알았던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스파이 앱으로 도둑이 사는 동네를 알아내는 것도 쉬웠습니다. 복잡한 마음과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도착한 도둑의 집 앞.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오는 남자를 보자 안토니 씨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안토니 씨가 생각했던 것처럼 ‘내면에 슬픔을 품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고, 악취를 풍기는 범죄자 타입의 남성이었습니다. 결국 안토니 씨는 몰래 찍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 황급히 되돌아 나왔습니다.



안토니 씨는 “요즘 세상에 스파이 앱으로 사람의 개인정보를 훔쳐보는 것은 이렇게도 간단한 일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해킹된 휴대전화로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몇 주에 걸쳐 지켜보고 급기야 그가 마치 내 친구처럼 여겨지는 지경이 된 저로서도 결국 그 사람에 대해 완전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의 검색 기록과 개인정보가 정말 우리 자신을 말해 주는 것일까요? 어떤 사람의 피상적인 정보만 가지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요?”라는 의문을 던졌습니다. 도둑맞은 휴대전화가 어디로 갈지 궁금해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인간 본질에 대한 사색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안토니 씨가 도둑의 얼굴을 실제로 보고 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의 전원은 완전히 꺼졌습니다. 전화가 탐지된 마지막 위치는 루마니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