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논란 끝에… 檢 “미인도 진품”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19 16: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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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왼쪽)가 19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에 놓인 액자에 든 그림이 미인도 원본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천경자 화백이 즐겨 쓴 日안료 석채 사용… 다른 작품과 유사한 방식으로 제작
1980년 김재규 소유, 미술관 이관”
유족 강력 반발… “추가 법적 대응” 
“작품은 자기 새끼 같은 것이다. 자기 새끼를 못 알아보는 어미가 있느냐.”  지난해 작고한 천경자 화백은 1991년 ‘미인도’가 위작(僞作)이라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러나 미인도 진위를 수사해 온 검찰은 작품이 천 화백이 그린 진품이라고 결론 내렸다.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한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62) 등은 검찰 수사 결과에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미인도 소장 이력과 전문기관의 과학 감정, 안목 감정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으로 판단된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또 과거 언론을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미인도는 진품으로 확정됐다”며 허위사실을 적시한 정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13층 소회의실에서는 미인도 원본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검찰은 작품을 분석한 각종 시각자료와 슬라이드를 통해 수사 결과를 설명했다. X선, 적외선, 투과광사진 촬영 등을 통한 과학 감정이 주된 근거였다. 미인도는 ‘백반 아교 호분’ 성분으로 바탕칠을 한 3번 접은 화선지에 그려졌다. 최종본을 그리기 전까지 여러 번 덧칠한 흔적이 발견됐다. 또 당시 일본에서만 구할 수 있었던 안료인 ‘석채’가 사용됐다. 천 화백의 다른 작품에서 자주 드러나는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도 발견됐다. 천 화백의 작품을 다수 다뤘던 동산방화랑에서 표구된 것도 확인됐다.  특히 국가기록원 자료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소장자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라는 세간의 소문도 사실로 확인됐다. 1980년 계엄사령부가 김 전 부장으로부터 헌납받아 재무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최종 이관됐다는 것. 1977년 천 화백이 인터뷰를 통해 오모 중정 대구분실장에게 그림 두 점을 판매했다고 밝힌 내용, 오 씨 부인이 김 전 부장 부인에게 그림을 선물했다는 전언, 그리고 김 전 부장의 자녀들이 서울 성북구 자택에서 미인도를 본 적 있다고 진술한 내용이 근거다. 다만 천 화백이 판 그림이 미인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천 화백의 명예나 예술적 성취에 손상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덧붙였다.  검찰 발표를 놓고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는 “이제 국립현대미술관이 논란이 된 그림을 더 이상 감추지 말고 떳떳이 대중 앞에 공개해 직접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초청받은 감정단이 위작이라고 확언했지만 한국화 기법을 쓴 천경자 씨 그림에 대해 충분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으리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유족 측은 즉각 반발했다. 차녀 김 씨의 공동변호인단은 “검찰이 국제적으로 검증받은 프랑스 연구소의 감정 결과를 무시하고 안목 감정단의 뒤에 숨어 사건을 종료하려 한다”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추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검찰의 ‘미인도 진품’ 판단 근거 ●소장자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김 전 부장의 증여재산 목록에 ‘천경자 미인도’라고 기재 ●다른 작품과 동일한 제작 방식=‘두꺼운 덧칠’과 값비싼 ‘석채’ 안료 사용. 위작과는 확연한 차이 ●밑그림과 미공개 스케치 유사=미인도 밑그림의 구도 등이 최근 공개된 천경자 화백의 다른 스케치와 비슷함 ●‘위작’ 주장한 권춘식의 진술 번복=검찰 조사에서 미인도 원본을 본 후 본인이 그린 작품이 아니라고 진술 김민 kimmin@donga.com 기자·손택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