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설지공' 맥도날드 불빛 아래 공부하던 아이, 1년 후…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6-12-19 15: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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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螢雪之功). 반딧불과 하얀 눈(雪)빛에 의지해서 이뤄낸 공이라는 뜻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공부에 매진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죠. 21세기식 형설지공은 반딧불이 아니라 ‘맥도날드 불빛’아래 이뤄지나 봅니다.

지난 해, 필리핀에서 의학기술을 전공하던 대학생 조이스 토레프랑카 씨는 친구와 공부하다가 야식도 사고 머리도 식힐 겸 근처 맥도날드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한 어린아이가 매장 바깥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아이는 조그만 휴대용 책상에 책을 올려놓고 매장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에 의지해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조이스 토레프랑카 씨 페이스북(@joyce.torrefranca)
전기세가 무서워서 식당 불빛에 의지해 공부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책을 들고 나온 아이의 모습을 본 조이스 씨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부하기 힘들다고 투덜댔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녀는 아이의 사진을 찍어 “꼬마에게 감동받았어요”라는 말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 사진은 곧 입소문을 타고 퍼졌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다니엘 카브레라였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다니엘은 밤에 전등을 켜지 않고 숙제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동네 맥도날드가 항상 불을 밝히고 있다는 걸 떠올리고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필리핀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모였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 12일, 유튜브에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일하고 있는 조이스 씨의 집에 다니엘과 다니엘 어머니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방문한 것입니다. 마음 착한 대학생 누나 덕에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 다니엘은 수줍게 웃으며 조이스 씨에게 인사했습니다.

길바닥에 앉아 공부하던 다니엘은 후원을 받아 학비 걱정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고, 맥도날드 측도 다니엘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저녁마다 매장에서 공부할 수 있게 좌석을 제공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 3학년이 된 다니엘은 반에서 항상 10등 안에 들 정도로 우등생이라고 하네요. 다니엘과 조이스 씨의 따뜻한 인연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