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아내 이민정의 냉정한 평가는 대중의 눈”

스포츠동아
스포츠동아2016-12-19 13: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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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영화사 집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다룬 영화 ‘마스터’ 이 병 헌

“강동원 통찰력·추리력 뛰어나
아내 이민정은 족집게 선생님
대중의 눈처럼 다 맞더라고요” 

부정부패와 각종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시국의 분위기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영화의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연배우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21일 영화 ‘마스터’를 내놓는 배우 이병헌(46)은 “실보다 득”이라는 쪽이다.

지난해 11월 ‘내부자들’로 화려한 성공을 거둔 이병헌이 또 한번 악랄한 범죄를 그린다. 1년 전에는 부패한 권력을 들춰내는 역할이었지만, 이번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꾼이다.

‘내부자들’ 개봉 무렵 이병헌은 ‘마스터’의 제작진을 만났다. 연출자인 조의석 감독이 그의 집까지 찾아와 영화의 기획의도를 알렸고, 함께 하자는 제안도 했다.

“감독 얘기를 듣고는 우울하고 음침한, 센 영화가 나오겠다 싶었다. 다큐멘터리 성격도 보이고. 특정한 역할을 콕 짚어 제안 받은 것은 아니다. 열린 상태였다. 한 달 뒤 완성된 시나리오를 받았다. 픽션 같은 상업영화가 나왔더라.”

이병헌은 선의의 편인 경찰(강동원)이 아닌 악인을 맡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100% 휴식을 갖는 게 지금 필요한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새 작품을 읽으면 ‘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히는” 배우 본능은 어쩔 수 없었다. “기상천외한 사건, 변화를 향한 배우들의 욕망이 느껴진다”는 생각으로 그는 ‘마스터’로 향했다.

이병헌이 그린 진현필은 누구인가. 실물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 3만여 평범한 사람을 속여 4조원을 가로챈 ‘건국 이래 최대 사기꾼’, 도피한 중국에서 사망신고 됐지만 여전히 그 행방이 미스터리로 남은 조희팔이다. 이병헌 역시 “영화를 통해 괴물 같은 사람의 역사를 굳이 만들어낼 필요가 없었다. 오랜 시간 자기합리화를 체화한 인물”로만 받아들였다. 

‘마스터’는 앞선 작품인 ‘내부자들’과 비교되기도 한다. 이병헌은 “정작 나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지만 촬영 도중 감독이 ‘내부자들’ 속 말투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컷’을 외친 적이 몇 번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자들’을 불편하게 받아들인 관객이라면, ‘마스터’가 그 답답함을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화에서 늘 극한의 인물로 극적인 상황을 살아가는 이병헌의 눈에 비친 ‘요즘’은 어떨까. “현실에서 벌어지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마치 공상과학영화처럼 현실이 흘러가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영화가 시시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소위 ‘센 영화’가 자주 제작되는 영화계 환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누가 더 센지 경쟁하듯 만들고 있지만 이쯤에선 서정적인 정서의 영화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특히 나에게는 서정성에 대한 결핍과 굶주림이 있다”고 했다.

최근 출연편수가 늘면서 이병헌은 개성이 다른 배우들과 어우러지는 ‘그림’도 자주 만들어낸다. ‘마스터’에서는 강동원, 김우빈과 함께했다.

“완성된 ‘마스터’를 보고 (김)우빈이가 잘 놀았구나 싶었다. 순발력이 대단할 뿐더러 현장에서는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긴다. 강동원은 전체를 보는 통찰력이 있다. 필리핀 로케 도중 시나리오의 작은 오류를 발견한 사람도 강동원이다. 추리력이 남다르다.”

그런 이병헌도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을 때가 있다. 아내 이민정은 그를 가장 냉철하게 평가해주는 사람이다.

“아내는 냉정한 편이다. 나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 맞다. 그런 평가를 받을 때면 단지 아내 한 사람의 말이 아니라 대중의 ‘눈’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병헌의 2017년 할리우드 전략은 분주하다. 할리우드에 진출해 가장 성공한 배우로 평가받지만 그는 여전히 “아직 정정당당하게 못 싸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매년 한 편 이상씩 할리우드 영화를 내놓는다. 지난해 ‘내부자들’의 성공 이후 한국영화 출연 제안을 줄지어 받는데도 할리우드를 향한 마음은 돌리지 않는다.

“언어 등 핸디캡이 있어 오히려 할리우드에 온전히 부딪힌 것 같지 않다. 제한당한 상황이라고 할까. 제대로 부딪혀보고 마음껏 영화를 한 뒤 돌아오고 싶다.”

‘언어 장벽이 없어서 할리우드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데도 그는 그렇게 말했다. 이병헌은 이에 절반만 동의했다.

“할리우드 시나리오가 오면 번역해서 읽는다. 그만큼 어렵다. 물론 출연을 확정하면 파고들면서 공부한다. 다만 발음은 좋은 편이다. 발음이 좋으면 영어도 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하!”

이병헌은 현재 또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 출연을 고민하고 있다. 배우 에단 호크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는 작품이다. 에단 호크와는 영화 ‘매그니피센트7’에서 만나 친분을 나누고 있다. 이병헌은 한참 망설인 끝에 이 같은 계획을 공개한 뒤 “에단 호크로부터 제안 받았고 완성된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을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할리우드 데뷔작이자 시리즈물인 ‘지.아이.조 3’ 참여 계획도 언급했다. 최근 제작사인 파라마운트픽처스 본사를 찾았다는 그는 “3편을 쓸 적합한 작가를 찾고 있다더라. 그때가 돼야 출연 여부를 알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