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이 날 정도로 음주단속-최고 14년형…어느 나라?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19 10:20:25
공유하기 닫기
잉글랜드 템스밸리 지역 경찰들이 야간에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템스밸리 경찰청 제공 
10년새 사망 절반 감소
‌‘음주운전 무관용 원칙’ 지키는 영국 
영국 교통부가 올 8월 확정 발표한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년과 같은 240명, 중상자는 1070명이었다. 중상자 수는 전년보다 3% 감소해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과 비교해 보면 사망자는 41.2%, 중상자는 11.7%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영국이 30여 년 동안 꾸준히 음주운전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였다. ‘안전에 왕도는 없다’는 기본 원칙을 철저한 단속과 강력한 처벌로 관철한 결과다.


○ 사망사고 내면 최고 징역 14년


 “경찰 단속에 짜증이 날 지경이에요.”

 옥스퍼드셔 시의 기차역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칸 씨(45)는 영국의 음주운전 예방정책에 대해 취재하러 왔다는 말에 운전을 하면서 연신 경찰의 꼼꼼한 단속에 불만(?)을 드러냈다. 칸 씨의 반응은 영국이 음주운전을 ‘무관용 원칙’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영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걸리면 1년 동안 면허가 정지된다. 한국의 면허정지 기간(100일)보다 3배 이상으로 길다. 면허정지 기간을 줄이려면 음주운전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영국 왕립사고예방협회(RoSPA) 케빈 클린턴 도로안전 총괄은 “특별교통안전교육은 16시간으로 시험은 없지만 담당자 대면 교육을 통해 20여 개 평가항목을 거친 뒤에만 이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을 이수하면 면허정지 기간은 9개월로 줄어든다. 수강료는 250파운드(약 40만 원)로 한국(3만 원)의 10배가 넘는다.

 10년 안에 음주운전을 또 하다 걸리면 면허가 취소된다. 한국의 음주운전 삼진아웃 제도와 달리 2번만 걸려도 면허시험을 다시 봐야 하는 것이다. 면허시험 응시자격도 3년을 기다려야 생긴다. 이뿐만 아니라 운전자가 알코올의존증 여부 등 음주로 인해 운전에 지장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운전면허청(DVLA)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냈을 경우 최고 징역 14년형을 받을 수 있다. 벌금은 제한이 없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올해 처벌을 강화한 게 4년 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무거운 처벌”이라며 “고의가 아닌 과실로 사망케 했어도 음주운전이 야기할 수 있는 위험과 그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별 지역사회 밀착형 단속도 가능


 영국 음주운전 단속의 또 다른 특징은 혈중 알코올 농도뿐만 아니라 운전능력 검사(field impairment test)도 같이 실시한다는 점이다. 두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지만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 운전능력 검사는 경찰이 직접 현장에서 동공 상태를 검사하거나 직선을 따라 걷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역에 따라서는 상습 음주운전자 등 음주운전 사고 위험군만을 따로 지정해 단속을 벌일 수도 있다. 템스밸리 경찰은 분기별로 교통 단속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목록(target package)을 정하는데 이때 개인을 지정할 수 있다. 템스밸리 경찰청은 영국 내 가장 큰 경찰청 중 하나로 런던에서 90여 km 떨어져 있는 템스밸리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템스밸리 교통 경찰인 크리스 애플비 경사(48)는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운전자가 있다는 시민들의 제보를 받으면 현장 조사 뒤 단속 대상에 포함시킨다”며 “단속 목록은 한 분기 동안 관할 구역 내 교통사고 통계와 교통경찰이 매일 단속을 돌면서 얻게 되는 정보를 종합해 만든다”고 설명했다. 교통경찰뿐 아니라 일반경찰이 도로 순찰 중에 단속에 필요한 정보가 있다고 판단하고 제출한 정보도 적극 반영한다.


○ 단속 기준도 강화 추세

 영국은 강력한 음주운전자 처벌과 함께 단속 기준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연방국가인 영국은 지방정부별로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다르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4개 지방정부 중 스코틀랜드의 단속 기준이 혈중 알코올 농도 0.05%로 가장 낮다. 나머지 3개 지방정부는 0.08%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12월 단속 기준을 0.05%로 강화한 뒤 교통사고가 줄었다. 단속 기준 강화 후 8개월간 스코틀랜드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368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5% 감소했다.

 북아일랜드는 내년 국회에서 스코틀랜드와 같이 0.05%로 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 법안에는 면허를 취득한 지 2년 이내의 초보운전자 및 버스,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 운전자는 단속 기준을 0.02%로 대폭 강화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잉글랜드 정부도 0.05%로 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버밍엄·키들링턴=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