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새벽출근…만취운전에 스러진 청각장애 ‘스마일 맨’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16 1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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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GettyImagesBank
25년간 새벽출근 모범 환경미화원
‌장애 넘어 먼저 미소 건네던 50대
‌근무중 상근병 음주차에 치여 숨져  
 15일 오전 6시 50분 광주 북구 운암동 운암고가도로 아래 2차로 도로. 환경미화원 안모 씨(56)가 희미하게 날리는 눈발과 강추위에도 생활 쓰레기 봉지를 비상 깜빡이가 켜진 청소차에 넣는 순간 승용차 한 대가 덮쳤습니다. 승용차에 치인 안 씨는 차가운 도로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는 119 구급차량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사고 승용차에서 내린 육군 모 부대 소속 상근예비역 조모 상병(21)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풍겼습니다.

 안 씨는 1992년 4월부터 광주 북구 생활 폐기물 수거 위탁회사인 K사 근로자로 일했습니다. 안 씨의 빈소에서 만난 조카(33)는 “삼촌은 장애를 앓았지만 환경미화원 생활 25년간 하루도 결근한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  그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8시간 일하면서 늘 웃는 얼굴로 동료들을 대했습니다. 소통이 힘들 정도로 웅얼거리는 소리밖에 못 냈고 잘 듣지도 못했지만 동료들은 그를 가장 편한 직원으로 꼽았습니다. 청소도 항상 제일 열심히 했습니다. 동료 이모 씨(54)는 “말을 못 하는 안 씨가 새벽 출근시간대에 회사 자판기 앞에서 웃으며 커피 한잔 마시라고 손짓하곤 했다”며 “동료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조 씨가 변을 당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조 상병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46%(면허 취소)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했습니다. 조 상병은 서구 광천동 한 술집에서 이날 오전 6시까지 밤새워 술을 마신 뒤 북구 운암동에서 후배(20)를 내려 주고 친구(21·여)를 남구 봉선동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가다가 사고를 냈습니다.

 결국 만취 상태에서 광주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음주운전을 한 조 상병의 무모함에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습니다. 부인(52)도 장애를 앓고 있었지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한 안 씨였기에 더 안타까웠습니다. 광주 북구는 25년 장기 근속한 안 씨에 대한 모범 미화원 표창을 광주시에 건의해 확정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광주 북구는 안 씨가 안타까운 사고로 숨을 거뒀지만 모범 미화원 상패를 예정대로 전달키로 했습니다.

 조규진 K사 노조위원장은 “미화원들에게 가장 무서운 위협은 음주운전이나 과속 차량”이라며 “음주운전 등을 제발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광주 지역에는 생활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 539명, 거리 청소를 하는 가로미화원 309명 등 미화원 840여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군 헌병대는 조 상병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