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들과 고물상연합이 만든 ‘사랑의 리어카’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16 10: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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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광진구의 한 고물상 앞에서 폐지 수거로 생계를 잇는 김봉덕 씨(오른쪽)와 박은호 끌림 이사(서울대 심리학과 3학년)가 광고판이 달린 리어카를 가리키고 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서울 광진구에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김봉덕 씨(67)는 광고판이 달린 손수레(리어카) 덕분에 이달부터 추가로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김 씨가 끄는 손수레에는 가로 87cm, 세로 64cm 크기의 중고차 매매업체 광고판이 붙어 있다. 하루 종일 손수레를 끌어 버는 돈은 한 달에 10만 원 남짓. 폐지 10kg을 모아도 고작 900원이 손에 남던 김 씨가 광고판 덕분에 받는 돈은 월 3만7000원 정도. 큰 힘이 된다.  폐지 수거 노인의 손수레에 기업 광고판을 달아주는 조건으로 후원을 받고, 이를 통해 폐지 수거 노인에게 지원금을 돌려주는 사회적 기업 ‘끌림’이 최근 환경부 허가를 받아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했다.  끌림은 10월 말 법인 등록을 마쳤고, 이달 7일부터 정식 사업을 시작했다. 끌림은 손수레 6대에 광고를 하는 조건으로, 광진구 일대에서 활동하는 중고차 거래업자에게 월간 25만 원씩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당 월 4만1000원 정도에 계약한 것. 광고비의 90%는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폐지 수거 노인 6명에게 각각 전달했다. 나머지는 손수레 구매비(대당 약 20만 원) 용도로 적립했다. 현재는 광진구에서 출범한 손수레 6대가 전부지만 끌림은 이를 순차적으로 전국에 확대할 계획이다.  끌림은 고물상 업주들의 모임인 ‘전국고물상연합’과 서울대 동아리인 ‘인액터스(Enactus)’가 의기투합해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아이디어는 올 1월 인액터스에서 먼저 나왔다. 인액터스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 아이템을 만들 목적으로 학생 30여 명이 모인 동아리.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폐지 수거 노인을 도울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는 과정에서, 버스나 택시에 달린 광고판을 떠올렸다. 손수레로도 움직이는 광고를 할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  이들은 가벼운 손수레 개발부터 시작했다. 광고판을 달면 손수레가 무거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기존의 철근 대신 경량 파이프와 신소재를 활용했다. 덕분에 60kg에 달하는 무게를 35∼40kg 정도로 줄였다.   손수레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더 큰 난관이 있었다. 인액터스 멤버인 박은호 씨(24·서울대 심리학과 3학년)는 “폐지 수거 노인들에게 손수레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동아리 학생들은 고물상 업주들의 모임인 전국고물상연합회에 무작정 연락했다.  손수레는 대부분 고물상이 소유하고 이를 폐지 수거 노인에게 빌려주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전국고물상연합회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소개할 수 있는 고물상을 찾아주기로 하면서 공동 비영리법인 설립 논의가 싹텄다.  고물상 조직을 가진 전국고물상연합회와 기업을 상대로 광고회사 업무를 할 수 있는 동아리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면서 ‘끌림’이 탄생했다. 환경부는 “공식 비영리법인인 만큼 정부가 지원할 근거도 생겼다”며 반겼다.  끌림은 10월까지 법인 설립과 시범운영 과정을 거쳤다. 광진구의 한 고물상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광고판 손수레를 들여놓았다. 처음에는 ‘무료로 광고를 실어드립니다’라고 쓰인 배너를 달고 시범운영했다.  고물상의 추천을 받아 손수레를 끌고 다니게 된 노인 6명은 월 소득이 30만 원에도 못 미쳤다. 소외계층으로 심리적으로도 위축된 이들은 광고판이 달린 손수레를 끌기 시작하면서 이웃과의 대화가 늘어난 점도 좋다고 했다. 김 씨는 “신기하다면서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 대화하며 웃을 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