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고급 정보? 장외주식 사기의 덫

주간동아
주간동아2016-12-13 14: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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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주부 박모(38) 씨는 주식에 관심이 많은 개미투자자다. 박씨는 지난해 가입한 한 인터넷 카페에서 추천한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눈여겨봤다. 카페 임원진을 포함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들이 “곧 상장될 기업이고 재무구조도 탄탄하니 미리 주식을 사라”고 권했다. 당시 박씨는 투자에 실패할까 두려워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지 않았는데, 최근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기업이 대량으로 주식을 매각한 지 두 달 만에 파산신고를 해 수많은 투자자를 울렸다는 것.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소송을 준비 중이다.

8월에는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30) 씨가 투자자 수천 명으로부터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2014년 유사투자자문회사를 차리고 연 1000만 원대 유료 강의로 회원을 모집한 뒤 허위 정보를 흘려 회원들에게 비상장회사 주식을 팔았다. 하지만 이씨 자신이 헐값에 사들인 장외주식을 회원들에게 비싸게 팔아 수백억 원대 이득을 챙긴 혐의가 밝혀지면서 투자자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11월에는 이씨의 동생이 한 투자회사 직원에게 비슷한 방법으로 사기를 당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등 주식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주식투자 고수는 사기 고수’라며 허탈해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소수가 여러 아이디 만들어 ‘여론몰이’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자 ‘큰돈을 벌 수 있다’며 고객을 유혹하는 장외주식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접수된 유사수신 관련 신고 건수는 298건으로 지난해 상반기(87건)보다 3.4배 증가했는데, 이 중 39건은 장외주식이나 펀드 투자 등으로 투자금을 모은 사례였다.

장외주식 사기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시장 자체의 속성과 관련 있다. 한 증권사에서 일하는 투자 전문가 김모(34)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상장회사는 공개된 기업정보와 주식 물량이 워낙 한정적이다. 분기별 실적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낼 필요가 없어 회사 전망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투자를 잘하면 ‘대박’, 못 하면 ‘쪽박’이 나는 극단적인 시장이다. 따라서 경영정보를 잘 알지 못하는 개미투자자가 대박을 노리고 주식을 샀다 손해 보는 일이 적잖다. 또한 상장주식과 달리 법적 규제가 미약해 경영진, 창업투자사 등이 기업정보를 사전에 알고 개미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기는 일도 빈번하다. 그럼에도 어떤 투자자는 ‘회사가 상장되면 대박을 칠 것’이라는 생각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장외주식을 사려 한다.”


전통적인 장외주식 사기 수법은 ‘상장하면 수익 몇 배’ ‘원금 보장’ 같은 약속으로 개미투자자를 유혹하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사기를 의심하는 개미투자자가 늘어나자 수법도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먼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수의 운영진이 특정 장외주식을 권하는 경우다. 특정 주식을 홍보하는 회원이 다수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운영진 4~5명이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어놓고 꾸준히 글을 올려 여론몰이를 하는 것. 다음은 주식투자 4년 차인 이모(44) 씨의 말이다.

“2년 전 한 주식 정보 커뮤니티에서 오프라인 모임도 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어느 날 ‘한 화장품 기업의 주식을 사라’는 글이 다수 올라와 많은 회원이 그 주식을 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커뮤니티 운영진 몇 사람이 주가조작을 공모하는 ‘작전세력’이 돼 시세를 조종한 것이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얼굴도 익힌 운영진이 교묘하게 투자자들을 속일 줄은 몰랐다.”

사문서 위조·조작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다. 종이로 된 문서뿐 아니라 주식거래 화면까지 조작하는 식이다. 주식투자 5년 차인 김모(36) 씨는 “한 벤처투자회사를 알게 돼 투자할 뻔했는데, 안 하길 천만다행이다. 알고 보니 주식거래를 표시하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 화면을 조작해 고객에게 보여줬다고 하더라. HTS마저 위조하면 뭘 믿고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실재하지 않는 회사명 한자 표기
젊은 투자자에겐 복잡한 한자를 쓴 문서로 교묘하게 속이는 경우도 있다. 투자회사 직원 김모(34) 씨는 “장외주식 거래 시 회사명이 한자로 쓰여 있으면 꼼꼼하게 확인하라. 일부 투자자가 한자에 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회사 이름을 한자로 써 증서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당부했다.


또한 ‘특허’라는 단어로 투자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특허를 냈다’거나 ‘특허를 받았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기업의 기술력을 광고하는 경우다. 특허 출원은 ‘특허를 인정해달라’고 청구하는 것으로 특허를 인가받은 ‘특허 등록’과 다른 만큼 ‘특허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식의 광고에 주의해야 한다.

재무제표를 조작하기도 한다. 고객에게 재무제표를 공개하기 직전 거액을 대출받아 회사 자산을 늘려놓고 바로 대출금을 되갚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가 재무제표 읽는 법을 공부하자 이 같은 수법을 사용하는 회사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봉석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는 “비상장기업의 재무제표 가운데 자산과 부채 항목이 들어간 재무상태표를 꼼꼼히 살펴보고, 재무제표는 최소 6개월~1년 전 자료까지 확인하라. 그리고 자산 100억 원 이상인 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장외주식시장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가 거짓 정보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박봉석 변호사는 “투자자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믿는다. 투자 손실 위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들었음에도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세상에 ‘나만 아는 고급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주식심리상담사인 이경윤 제이아이제이라이프 대표는 “기업 가치가 아닌 주식 가격만 보고 투자해선 안 된다. 장외주식 유통 구조 자체가 신뢰성이 덜하다 보니 남의 말만 듣고 섣불리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장외주식 투자자는 개별적으로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의 조언이다. 신동호 법무법인 혜안 대표변호사는 “비상장기업은 회사 내부 사정을 검증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판단 없이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많다. 심지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등 사기가 고도화되는 측면이 있고 법적인 보호제도도 미약한 만큼 개인투자자가 각별히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