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선수 → 무용수 → 안무가…조형준 "성공 욕심 없다, 흘러가는 대로 살고파"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13 10: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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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수 조형준은 춤을 좋아하지만 언제까지 출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씨름 선수, 한국무용수 등을 거쳐 이 자리에 왔잖아요. 5년 뒤에는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국립현대무용단의 남성 무용수 조형준(32)은 특이한 이력을 지녔습니다.

중학교 때 그는 씨름 선수였습니다. “맛있는 것을 많이 사준다”고 해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프로야구 삼미 슈퍼스타즈 포수 출신인 아버지의 핏줄을 타고난 덕분인지 운동 신경은 좋았습니다. 도 대회에 출전해 상도 몇 차례 탔습니다. 그러나 반에서 최상위권 성적이던 그는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 씨름을 그만두고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춤을 좋아하던 그는 스트리트 댄스나 재즈 댄스를 배우고 싶어 했지만 당시 고향인 경남 창원에는 무용학원이 한국무용을 가르치는 학원밖에 없었습니다. “무용학원에서 그런 춤도 가르쳐주는 줄 알았죠. 원하던 춤은 아니었지만 재미있었어요.”

그는 고교 3년 내내 반에서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좋았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인문계 1등급을 받았습니다. 그가 “무용학과로 진학하겠다”고 하자 학교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부모까지 학교로 불려갔지만 그의 고집을 꺾진 못했습니다. 결국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성균관대 무용학과에 입학했습니다.

26세 때 부상으로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한 데다 한국무용에 대한 흥미를 잃으며 춤을 그만두려 했습니다. 그때 잠깐 수업 시간에 경험했던 현대무용을 떠올렸습니다. “이왕 춤을 그만두더라도 현대무용을 한 번 해보고 그만두고 싶었어요. 자유로운 움직임에 끌렸거든요.”


하지만 어디서 배우고, 춰야 할지조차 몰랐습니다. 그는 2010년 안무가 정영두 공연 오디션에 무작정 지원했습니다. 결과는 합격. 그는 이어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정영두 공연에서 처음으로 현대무용가로 설 수 있었습니다. 2014년에는 국립현대무용단 단원으로 합격했습니다.



그는 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과 안무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안애순 전 국립현대무용단장은 “어떤 동작도 잘 소화한다”고 말했습니다.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는 “안 되는 동작은 안 하고, 되는 동작만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별명은 ‘예수’입니다. 긴 머리카락에 10년째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 때문이죠.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카페에서 만난 그는 멀리서도 눈에 띄었습니다. “매일 면도하기 귀찮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삶에 대한 시선도 한몫했습니다. “전 성공에 대한 목표가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을 재미있게 하고 싶을 뿐이에요. 사람들은 미래가 걱정되지 않냐고 묻지만 전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어요.”

‌최근 그는 안무가로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앞으로 공간 미술 건축과 연계해 작업할 계획입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하는 노래 아시죠? 부르다 보면 비행기가 나오고 소나무가 나와요. 아무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연결되죠.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