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판타지 ‘마스터’...영화 모티브는 사기꾼 조희팔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13 09: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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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석 감독은 이 영화의 모티브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이라고 밝혔다.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병헌 역시 “지금 시대에 지친 모든 분에게 조금이라도 통쾌함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팽팽히 맞서는 이병헌(오른쪽)과 강동원.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권선징악적 이야기는 힘이 세다.

 ‘나쁜 사람은 벌 받고 착한 사람은 흥한다’는 건 단순한 교훈이지만 사람들은 늘 그런 이야기를 듣고 보고 싶어 한다. 전래동화가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악당 무찌르는 히어로물이 국경을 초월해 사랑받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악질들이 승승장구하는 영화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뒷맛이 씁쓸하고, 괜히 얄밉다.

 21일 개봉하는 ‘마스터’는 요즘 같은 때 속 시원한 대리만족감을 주는 영화다. 조(兆) 단위의 사기사건이 배경이다. 불법 다단계 조직을 운영하는 진 회장(이병헌)은 화려한 말솜씨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손에는 ‘뇌물 장부’를 움켜쥐고 정관계 고위층을 마음대로 주무른다. 진 회장 옆엔 천재 프로그래머이자 해커 박장군(김우빈)이 있다. 악당들이 판치는 세상,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은 진 회장과 그에게 빌붙는 ‘꼭대기’들을 모조리 쓸어내겠다며 나선다.





재빠른 두뇌 회전과 판단력으로 진 회장과 김재명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박장군 역의 김우빈.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희대의 사기꾼과 그를 쫓는 경찰. 여기까진 사실 뻔한 스토리다.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건 중간지대에 있는 박장군이다. 천재적인 컴퓨터 실력으로 사건의 열쇠를 쥔 그는 ‘돈에 미친’ 진 회장과 ‘나쁜 놈 잡는 미친 놈’을 자처하는 김 팀장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143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고,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한 데는 그의 공이 크다. 특히 김우빈의 익살스러운 연기는 박장군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사기꾼 캐릭터로 빚어낸다.

 영화는 2002년 ‘일단 뛰어’로 스물다섯 살에 국내 최연소 장편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조의석 감독의 작품이다. 3년 전 550만 관객을 기록한 ‘감시자들’에서 보여준 치밀한 구성과 팽팽한 긴장감, 추격전이 이번 영화에선 좀 더 업그레이드됐다. 서울을 벗어나 필리핀 빈민가 톤도의 허름한 뒷골목, 마닐라 존스브리지에서 펼쳐지는 액션신 등 스케일도 더 커졌다.

 ‘마스터급’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배우 이병헌의 연기는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를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회원 수만 명 앞에선 눈물 흘리거나 환호하며 화려한 쇼맨십을 선보이다가도 뒤에선 돌변한다. 경박하고 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사기꾼의 전형을 그려냈다. 데뷔 이래 처음 형사 역할을 맡아 거친 액션 연기를 선보인 강동원, 진 회장의 오른팔 ‘김엄마’(진경)와 진 회장의 뒤를 지키는 황 변호사(오달수), 김 팀장을 서포트하는 ‘신젬마’(엄지원)까지, 어느 하나 가벼운 캐릭터가 없다.

 이 영화는 2016년 대한민국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판타지를 담았다. 조 감독이 이 영화를 두고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나는 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모두가 한 번쯤은 상상했을 이야기”라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영화에서 부정한 사회 고위층에 대한 영장이 발부된 뒤 경찰차 수십 대가 동시에 출동하는 장면에선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나쁜 놈은 벌하고 착한 놈은 보상하는 당연한 스토리가 찌릿한 걸 보면 요즘 세상이 험하긴 험한 것 같다. ★★★★(별 5개 만점)

장선희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