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거친 언어는 계산된 것..내가 진보 좌파? 보수에 가까워”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12 13: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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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9일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기득권 정치가 심판받고 있다고 말했다, ‘변방 장수형’인 자신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과정에서 가장 뜬 정치인이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질 때부터 다른 정치인들에 앞서 일찌감치 퇴진과 탄핵을 주장했다. 거칠고, 선명한 그의 주장에 환호하는 국민이 부쩍 늘었다. 최근 그의 지지도는 야권의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턱밑까지 치솟았다. 재선의 기초단체장으로서 이젠 중앙정치의 ‘상수’가 된 이 시장을 9일 동아일보 논설위원실로 초청해 인터뷰한 데 이어 10일 전화 통화로 탄핵 정국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 





‌트럼프에 비유되는 건 싫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됐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본다. 반대했다면 새누리당 전체가 엄청난 국민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그만둘 가능성이 매우 적은데 압도적 다수로 국회를 통과해 아무래도 헌법재판소의 부담도 클 것이다. 국민 승리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정치 환경을 국민이 싸워서 바꿨다. 정치인들이 한 것이 아니다.”


 ―탄핵 표결 이후 정국은 어떻게 흘러갈 것 같나.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언제 될지도 모른다. 믿고 맡길 수 없다. 탄핵의 본질은 주인인 국민이 대통령을 해고하는 것이다. 그 요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안 하면 헌재는 탄핵안을 기각할 것이다.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계속 싸워야 겨우 인용된다.”


 ―헌재에서 기각되면 어떡할 것인가.

 “그러면 헌재가 탄핵될 수 있다. 탄핵 사유가 명백하고 중대하고 국민이 원하는데 헌재가 기각하면 국민이 놔두겠느냐. 헌재까지 쓸려 나갈 것이다. 국민이 너무 무서운 존재가 됐다.”


 ―대통령 조기 퇴진과 구속 처벌을 주장하는 이유는….

 “명백한 중범죄가 드러나 대통령을 감옥에 보낼 수 있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한 나라임을 보여줄 수 있는 결정적 찬스다. 그래서 구속 처벌을 얘기했다. 대통령의 감옥행도 조용히 가는 게 아니라 청와대를 나오는 순간에 수갑을 채워 수감할 것을 요구했다. 대중은 그 장면을 상상하고 시원해한다. 원래 그래야 맞는 것이다.”




 ―그렇게 거친 표현을 쓰는 이유가 뭔가.

 “일부러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쓴다. 내가 바보가 아닌데, 흥분하고 격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 계산된 것이다. 대중은 대중이 쓰는 언어로 사실대로 말해주면 특별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억지 집단이 아닌 경우 다 설득된다. 이게 정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는 이중 언어는 안 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기득권자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닮았다. 하지만 트럼프와의 비유는 싫다. 나는 성공한 버니 샌더스(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졌다)가 되고 싶다. 트럼프는 과격한 선동적 언어를 사용한다. 실현 불가능한 얘기를 하고 불합리한 선동도 많이 한다. 샌더스는 스스로 민주사회주의자라고 말할 정도로 평등 문제, 사회 약자, 국민 전체의 이익에 관심이 많았다. 내 지향점은 샌더스에 가깝다. 나는 경제적 기득권자도 아니고 실현 불가능한 헛소리도 하지 않는다. 대중이 검증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틀린 말은 아니다. 갑자기 불려나온 양상이 됐지만 예의와 형식을 갖춰 청사진,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의식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원래 12월에 할 생각이었다. 탄핵 상황이 아니었을 때 많이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을 할 상황이 아니지 않나.”


 ―‘이재명 현상’이 일시적인 것은 아닌지 논란이 있다. 나라가 안정되면 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새 현상엔 거부감들이 있다. 내 판단은 일시적 현상이 아닐 것으로 본다. (정치 상황과 일정이) 압축된 측면은 있다. 국민의 집단지성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세상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나는 그런 생각과 신념에 맞춰 행동해온 것이다. 국민의 선택 기준이 바뀌어서 이젠 알맹이를 중요하게 여긴다. 정치인에게 일관성, 실적, 증거를 요구할 것이다. 나는 공약 이행률을 의도적으로 철저히 관리했다. 매니페스토 운동본부 집계로 공약 이행률이 96%로 전국 1등이다. 쉽게 꺼질 듯하지는 않다. 안 꺼지고 싶은 내 기대도 들어 있다.”





문재인은 안정적 사회에 적격 
 ―문재인 전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나.

 “좋은 분이다. 충분히 국가지도자로서 잘할 분이다. 우리 사회가 안정적 상태라면 안철수 박원순 문재인, 이런 품성 좋고 경륜 많고 역량 있는 분들이 관리하면 되는데, 지금은 혁명적 변화의 시기다. 혁명은 새 체제가 아니라 광복과 1948년 정부 수립하면서 약속한 가치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평등하고 자유롭고 인권과 복지가 보장되는 민주공화정’은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악화됐다고 본다. 부당한 기득권 때문이다. 이번이 기회다. 부당한 기득권과 어쩌면 대대적 충돌도 감수해야 하고, 저항을 뚫고 나가야 한다. 진흙탕에도 뒹굴고, 화살도 맞아야 하고, 심하면 팔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이런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면서라도 현재의 부당한 체제를 돌파하는 돌파형 리더십, 변방 장수형, 야전형, 이런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지금 같은 시기엔 나 같은 사람을 국민들이 많이 선호하지 않겠나.”

 이 시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평가도 했다. “반기문은 별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고위 공직을 지내면 예전엔 큰 장점이었고, 무조건 찍어줬다. 지금은 사람들이 질문한다. 그 지위 갖고 뭘 했느냐고. 한 게 없다. 국민이 맡긴 지위와 예산을 잘못 쓴 것이다.”


 ―경력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가 롤 모델인가.

 “아니다. 그분이 하고자 했던 반칙·특권 없는 세상, 공정한 세상, 정치인으로 이해타산 안 따지고 국민만 보고 간다는 것은 배우려 하지만 나는 나다. 10년도 더 전의 그 시대 리더십으로 현대의 급변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겠나, 유용하냐는 의문이 있다.”


 ―탄핵 정국에 앞으로는 어떻게 대처할 건가.

 “박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퇴진 주장은 하되 비중은 바꿔야 한다. 지금부터는 미래에 관한 얘기를 해야 한다. 정책, 비전, 각 영역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고쳐 나갈 것인지 등을 얘기해야 한다.”


 ―만들고 싶은 나라는….

 “헌법이 합의한 민주공화국이다. 자유 평등 민주 시장을 헌법에서 합의했다. 재벌을 해체하자는 게 아니라 재벌 가문이 5%도 안 되는 지분으로 100% 행사하는 걸 막자는 것이다. 부당한 내부거래, 밀어주기를 이용한 부당 상속, 중소기업 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로 부당하게 이익 챙기는 것을 법대로 하자는 얘기다. 공정 경쟁이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시장질서를 만들자,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경제를 제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 ―우리 사회 일각에선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대통령 돼야지, 아니면 나라가 불안해진다는 시각도 있는데….


 “검정고시도 공부해서 통과한 것이고, 노동하다 교과과정 안 배운 것도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집단교육을 받았느냐 아니냐인데, 그걸 구별할 필요가 있나. 지금 같은 집단교육은 대량생산 시대에나 맞는다. 홈스쿨링처럼 학교 안 다니고 집에서 공부했다는 이유로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나. 부당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진보 좌파? 보수에 가까워
  ―사회 통합에 대한 생각은….

 “나를 진보 좌파로 분류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작살낸다’든지 엄격하게 제재를 말하고 대처하는 것을 정치보복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엔 보수와 보수를 가장한 사회악이 뒤섞여 있는데 이를 구별하자는 것이다. 건전 보수들이 부당한 기득권을 옹호하는 방패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엉거주춤한 봉합이 아니라 그런 것(보수를 가장한 사회악)은 확실히 제압하고 합리적 세력들이 합리적으로 토론해서 존중, 조정하는 것이 진정한 통합이다. 나는 보수에 가깝다. 농담하는 줄 아는데. 새 질서를 만드는 것까지는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미동맹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견해는….

 “한미는 균형적 관계여야 하는데 지금은 지배·종속관계로 바뀌고 있다. 대륙과 해양세력의 충돌 시 반도국가 외교의 기본은 자주와 균형이다. 사드는 북핵, 미사일 대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북 성주에 설치하면 중부권밖에 커버 안 된다. 이게 한반도 안보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결국 미국의 아시아 MD(미사일방어) 전략을 받아준 것이다. 미군이 오로지 한반도 방위로만 와 있나. 신속기동군으로 필요하면 언제든지 빼는 군이다. 이런 식으로 끌려가면 안 된다. 우리가 종이 되면 안 된다.”


 ―조언 그룹이 있는가.

 “드러내지 않을 뿐, 영역별로 조언을 구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광범위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정치적으로 위상이 올라가면 주변에 사람 모이는데 이 정치판은 특이해서 2류, 3류가 동작은 빠르고 역량은 없다. 역량 있고 필요한 사람일수록 느리다. 기회가 생긴다 싶으면 동작 빠른 사람이 주변을 에워싸 정말 필요한 좋은 사람이 접근할 통로가 차단된다. 그러면 망한다.”


 ―포퓰리즘만 추구하는 시장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내 정책 중 바람직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정책을 지적하라면 아무도 못 한다. 성남시 빚을 갚은 것만 4000억 원이다. 경기도에서 체납세 징수 1위로 조세정의도 실현했다. 절약한 돈으로 노인복지를 확대했더니 돈 많은 사람도 좋아하더라. 그 다음에 장애인복지, 이어 보육복지, 교육복지, 마지막으로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 공공 산후조리 지원, 무상 교복)를 한 건데 요게 시끄러워서 부각된 것이지, 할 것을 안 한 게 아니다. 부채를 늘리거나 증세한 게 아니니 칭찬받을 일이지 나쁜 의미의 포퓰리스트라는 것은 부당하다.”

 이 시장은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대중이 신경망처럼 연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득권 정치가 심판받고 있다며 포퓰리즘 얘기를 먼저 꺼냈다.

 “박근혜가 성남시 복지 정책을 막으니까 우린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홍보할 기회 아니냐. SNS 활동을 죽어라 하고 누가 시비를 걸어주기를 기다린다. 포퓰리즘이라고 까주기를 바란다. 한판 뜨면 되니까.”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