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미스 박? ‘프로불편러’를 보는 두 갈래 시선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12 11: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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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 대한 차별 공론화” vs “자신의 올바름 맹신”
최근 인터넷 ‘프로불편러’들의 논쟁거리가 된 그룹 DJ DOC. 이들은 신곡 가사가 여성을 혐오하는 내용이라는 논란이 빚어지자 지난달 26일 촛불집회 공연 참여를 취소했다. 동아일보DB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잘가요 미스 박 세뇨리땅/순시리의 꼭두각시 닭대가리’.

‌지난달 DJ DOC의 시국 비판가요 ‘수취인분명’이 발표되자 온라인상에서 ‘불편한 가사’ 논쟁이 벌어졌다. 한 여성단체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공적 잘못이 아닌 대통령의 여성성을 지목해 공격하는 건 여성혐오적 발언”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미스’는 나이가 어리거나 사회적 직급이 낮은 여성을 하대할 때 쓰인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을 ‘미스 박’이라 칭한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DJ DOC는 촛불집회에서 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편함 구설수’에 오른 사건은 또 있다. 지난달 SNL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B1A4 캐스팅 비화’라는 게시물에 포함된 영상이다. 문제의 영상에는 개그우먼 이세영이 보이그룹 멤버들의 민감한 부위를 만질 듯한 행동을 하고 이에 멤버들이 손으로 막는 반응이 담겨 있다. 한주연 씨(26·여)는 “개그우먼 이세영의 행동은 엄연한 성추행”이라며 “반대로 걸그룹 멤버에게 남자 개그맨이 그런 행동을 했다면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른바 ‘프로불편러’들이 많아지고 있다. 프로불편러는 전문가를 의미하는 접두사 ‘pro’와 ‘불편’ 그리고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를 합한 말로 인터넷상에서 ‘이런 거 보기가 불편하지 않냐’고 지적하면서 다른 사람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이들을 뜻하는 말이다. 프로불편러들은 “불편함을 토로하는 기준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이라고 주장한다. PC는 인종차별, 여성 비하, 장애인 조롱, 아동 및 청소년 노동착취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행해지는 폭압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를 뜻한다. 유방암으로 절제 수술을 받은 배우 엄앵란을 희화화하거나 리우 올림픽 유도 TV 중계에서 나온 “스물여덟이면 여자 나이론 많은 나이” 등의 발언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프로불편러는 약자에 대한 차별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을 수면 위로 드러내 공론화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불편러는 불편함을 지적하는 이들을 비꼬기 위해 생겨난 단어이기도 하다. 불편함의 기준이 유동적이고 애매한 탓에 프로불편러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회사원 박주명 씨(30)는 “‘미스 박’이 여성혐오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며 “여성이 아닌 대통령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건데 창작자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또 프로불편러들이 논쟁하는 방식이 자신의 올바름을 맹신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취인분명’ 가사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자 DJ DOC는 “‘미스 박’은 여성을 뜻하는 말이 아닌 ‘미스테이크’의 준말”이라고 입장을 냈지만 프로불편러들은 “회피하기 위해 끼워 맞춘다”며 일축했다. 대학원생 양모 씨(32)는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 자기들이 불편하다고 해서 공격적으로 몰아붙이는 행동 때문에 반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일부 프로불편러들은 자기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주장을 일방적으로 쏟아내 갈등을 빚기도 한다”며 “논쟁 중에 공감대를 형성해 합의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