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특검! 청와대 경호실부터 압수수색하라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9 18: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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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청와대 경호실 간부들을 두루 만나고 내린 결론은 ‘최순실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의 절반은 경호실장에게 있다는 거였다. 경호실의 조직, 직무범위, 운영에 관해서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등을 통해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경호실장 밑에는 청와대 출입을 담당하는 부서, 의무실, 대통령 관저를 24시간 근접 경호하는 팀이 소속되어 있다. 이들은 매일 업무일지를 쓰는데 기밀 등급에 따라 1년, 3년, 5년씩 보관 연한이 다르다.





위증혐의 경호실차장

 특검은 우선 청와대 경호실부터 압수수색해서 이 업무일지들을 확보해야 한다. 그 후 박흥렬 경호실장을 비롯해 경호본부장 수행부장 의무실장 등을 소환 조사해야 한다. 특검은 검찰이 수사 타이밍을 놓쳐 피의자들이 대포폰 등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었던 우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영석 경호실 차장은 5일 국정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외부 손님은 없었다”고 했지만 미용사들이 관저에 들어간 것이 확인됐다. “출입증을 가진 계약직 직원이라 외부 손님이 아니다”라는 청와대의 해명에 전직 경호인들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관저를 포함해 청와대로 들어가는 모든 사람의 동선은 24시간 경호실에 의해 파악된다. 몰랐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거였다. 이 차장은 최순실, 차은택을 ‘보안 손님’이라고 했지만 그제 차 씨는 “난 ‘보안 손님’이 아니었다. 정식 절차를 밟아 청와대에 들어갔다”고 부정했다. 이 차장의 위증 혐의가 짙다.

 경호요원들은 ‘국가원수의 절대 안위를 위해 바람의 냄새를 맡고 공기의 흐름을 읽는 사람들’이란 자부심이 강하다. 이전 정권 한 경호간부의 말이다.

 “매일 아침 일일보고를 받는 경호실장은 대통령과 최순실의 부적절한 관계와 문고리 권력의 전횡에 대해 모두 알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침묵했다면 직무유기다. 최순실과 문고리 권력이 워낙 실세라 지레 움츠러들어 대통령에게 ‘이건 안 된다’고 진언할 엄두를 못 냈는지, 진언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비서실장 등과 해결 방법을 협의했었는지 등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어야 한다.”

 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경호실에서 이미 문서 파기가 이루어졌다는 제보를 받고 있다”고 했다. 국회의 청와대 현장조사는 곧 이뤄지게 될 것 같다. 특검도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임명되기 직전 박지만 씨가 그를 만나 이런 부탁을 했다는 것을 박 씨의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지만 씨는 김 씨에게 ‘비서실장이 되시면 딱 한 가지, 최순실을 대통령으로부터 떼 달라’ 신신당부했다. 김 씨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청와대에 들어간 후 지만 씨와 전화 한 통화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아마 ‘최순실이 세다’는 걸 실감하고 그랬던 것은 아닐까.”

 특검은 박 씨도 참고인으로 불러 최순실 김기춘 관련 내용에 대해 전반적인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박 씨만큼 최태민 최순실을 잘 아는 사람도 없다.



김기춘 꼭 단죄해야

 김 전 실장은 깨알 같은 업무파악과 업무지시로 유명하다. 중요한 단서인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조차 “주관적 기록”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하니 청와대 수석들을 전원 조사해 밝힐 수밖에 없다. ‘최순실 게이트’를 막지 못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책임 역시 박흥렬 경호실장 못지않게 막중하다. 이번만큼은 꼭 단죄해야 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