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못가던 16세 탈북소년, 이젠 당당한 7급 공무원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8 13: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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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7급 공무원으로 신규 채용된 강원철 씨가 임명장을 받기에 앞서 7일 정부서울청사를 찾아 통일부 현판 앞에 섰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다가 16세에 두만강을 넘었던 탈북소년이 대한민국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7급 공무원이 됐다. 통일부는 7일 탈북민 3명을 일반직 7급과 9급 정규직 공무원으로 공개 채용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에게 열린 7급 공무원 공모에는 탈북민 20명이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강원철 씨(34)가 선발됐다.

함북 무산 출신인 강 씨는 6년제 중학교 5학년까지 다니다가 1998년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갔다. 그가 태어난 광산 마을은 당시 홍수 피해 이후에 이어진 경제난인 고난의 행군으로 학교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던 곳이었다. 중국에서 한국의 발전상을 알게 된 강 씨는 남쪽으로 오는 길을 찾다가 1999년 상하이(上海)에서 다른 일행 4명과 함께 체포돼 북송됐다. 같이 체포된 사람들은 모두 2년 이상의 형을 받고 교화소(교도소)에 끌려갔지만 강 씨는 미성년자라고 나이를 속여 6개월 만에 석방될 수 있었다. 감옥에서 몸무게가 38kg까지 줄었던 그는 외아들을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는 어머니를 뒤로한 채 다시 탈북했고, 몽골 고비사막을 넘어 2001년 한국에 왔다.



이후 낮에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면서 고등학교 과정과 대학을 마쳤다. 이런 노력 끝에 어머니와 여동생도 남쪽으로 데려왔다. 강 씨는 “북한에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 대학 과정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고 몇 번이고 포기하려 했지만 주변에 여러 좋은 분이 이끌어주어 6년 만에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강 씨는 몇 년 동안 북한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에서 북한 관련 잡지 발간에도 참여했다. 동시에 자기계발에도 힘을 써 고려대 북한학과에서 석사 학위도 받았다.

졸업 후 하나은행에서 계장으로 일하던 어느 날 통일부 공무원 공개 채용 공고를 보게 됐다. 그는 “당장 눈앞의 조건만 본다면 은행 직원이 훨씬 나아 보이기도 하지만 평생 통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사명이자 보람이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믿어주고 받아준 은행을 갑자기 떠나는 것이 걸렸는데, 은행 임원들과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등을 떠밀며 박수를 쳐주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업무에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 씨는 “남쪽에 와서 정말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마다 무너지지 않고 이겨낸 저 자신이 자랑스럽고, 통일되면 북한으로 돌아가 고향 사람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통일부는 강 씨에게 통일교육원 교육 담당 업무를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7급 2명과 9급 3명 등 탈북민 5명을 공개 채용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통일부와 공공기관에서 탈북민을 적극 채용할 계획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