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마시자 ‘순’순히 마시자 ‘실’려 갈 때까지 마시자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8 09: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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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돌아온 송년회 술자리… 최근 국정사태 빗댄 건배사 인기 
 《2013년 연말 청와대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알려진 건배사가 있다. 대통령의 이름인 ‘박근혜’다. 의미는 ‘박수 받는 대통령/근심 없는 국가/혜택 받는 국민’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송년회 시즌이 돌아왔다. 3년이 흘렀지만 이 건배사는 여전히 인기다. 의미가 ‘박수칠 때 떠나라/근심 많은 국가/혜택 없는 국민’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전에 재치 있고 건강을 기원하는 건배사가 많았다면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풍자적 건배사가 인기다.》
  

 직장인 김지한 씨는 최근 송년회 모임에 참석했다 건배사 하나로 인기 스타가 됐다. 흔히 건배사로 쓰이는 ‘위하여’ 대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의미하는 ‘위하야’를 외친 것. 우리는 하야를 원한다는 의미다. 김 씨는 “어느 송년회를 가더라도 최근 사태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 주제로 오른다. 그래서 건배사도 최근 사태를 반영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관한 내용이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세 차례의 대국민 담화 때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이를 빗댄 ‘답정너’ 건배사도 화제다. ‘답은/정해져 있으니/너(박근혜)는 대답만 해’라는 것. 박 대통령이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이 9월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 이후 만찬에서 밝힌 ‘비행기’ 건배사도 다시 송년회에 등장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설명한 의미는 ‘비전을 갖고/행하면/기적을 이룬다’였지만, 이제는 ‘비전도 없고/행실도 나쁘고/(우리는) 기가 찬다’로 해석되고 있다.

 최 씨에 관한 건배사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이름이 그대로 건배사에 등장하곤 한다. ‘최대한 마시자/순순히 마시자/실려 갈 때까지 마시자’란 뜻이다.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를 빗댄 ‘정유라(정 붙여 주세요/유 갓 잇?(알았죠?)/라잇나우(지금 바로))’와 최 씨 조카인 장시호 씨의 이름에서 가져온 ‘장시호(장소 불문/시간 불문/호탕하게 마시자)’도 인기 건배사에 오르고 있다.

 이 밖에 박 대통령의 이름을 패러디한 ‘퇴근해’, 내년에는 대통령이 바뀌는 한 해를 만들자는 소망을 담은 ‘바뀐 해’, ‘의리 지키니까 이렇게 대접 받잖아’라는 최 씨의 말을 패러디한 ‘마무의리’도 20, 30대 사이에서 화제다. 한 대기업 홍보 담당자는 “지난해까지는 부서와 회사의 단합을 강조하는 건배사가 많았다면 올해는 사회 풍자 건배사가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밝혔다.

 재치 넘치는 건배사도 여전히 인기다.

 ‘119(한가지 술로/1차까지만 하고/9시 전에 집에 가자)’, ‘마당발(마주 앉은/당신의/발전을 위하여)’, ‘오징어(오래도록/징그럽게/어울리자)’, ‘무한도전(무조건 도와주고/한없이 도와주고/도와 달라기 전에 도와주고/전화가 없어도 도와주자)’, ‘모바일(모든 일이/바라는 대로/일어나라) 등도 올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송년회 때는 좀 더 밝고 희망찬 건배사가 등장하기를 기원하며 모두 건배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동욱 creating@donga.com 기자·김정은·장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