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美 하원의원 ‘위안부 지킴이’ 아쉬운 작별… “그대는 영원한 한국의 친구”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7 11: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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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의정 활동을 마감하는 ‘위안부 지킴이’ 마이크 혼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
“당신 같은 지도자들과 함께 중요한 진전을 이뤘고, 당신이 캘리포니아 주와 이 나라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를 되새기고자 한다.”

 5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본부. 16년 의정 활동을 마감하는 ‘위안부 지킴이’ 민주당 마이크 혼다 연방 하원의원(75) 송별회장에서 같은 당 그레이스 멍 하원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낭독하자 행사장은 순간 숙연해졌습니다.

 혼다 의원은 아내와 지지자 등 200명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미소와 유머를 잃지 않았는데요. 참석한 동료 의원들의 덕담이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대선과 함께 실시된 연방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내년부터 상원의원이 되는 태미 더크워스 하원의원(민주·일리노이)을 비롯한 약 10명의 동료 의원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거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혼다 의원을 칭찬했습니다. 행사장을 찾은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도 “혼다 의원은 평생 열심히 올바른 일을 해왔다”고 말했는데요.

 혼다 의원은 긴 회상에 잠기며 가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습니다. 그의 옆에는 2007년 미 하원에서 역사적인 ‘위안부 결의’가 채택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혼다 의원은 일본계 미국인이지만 재임 중 일관되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일본과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서도 한국을 대변해 온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인데요.

 그는 2000년 첫 당선 이래 2014년 선거까지 하원 8선에 성공했습니다. 올 11월 선거에서 9선 고지를 앞두고 “한반도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관련 활동을 했다고) 내게 화가 많이 나 있다고 한다. 그는 내 성이 혼다(일본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현대(한국 자동차 회사)일 것이라고 말한다”며 “그러나 내가 위안부 문제에 앞장선 것은 진정으로 일본을 위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단지 일본계라는 이유만으로 콜로라도 주 강제수용소에서 유년기 4년을 보냈던 그는 정치인이 된 뒤 사회적 약자를 부당하게 대하는 인권 침해를 단호하게 거부해 왔습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비판 여론 속에서도 미국 내 무슬림의 인권과 권리 보호를 꾸준히 옹호해 왔는데요.

 혼다 의원은 이날 행사장에서 “우리가 가진 지식과 경험으로 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미국 정부가 더 잘 작동되도록 만들자”면서 “난민이나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 등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도록 함께 서는 것이 미국적인 삶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