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수척해진 朴대통령, 많이 미안하다고 말해”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7 10: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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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與지도부 면담 통해 메시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안 표결(9일) 이전에 내놓은 마지막 메시지는 ‘탄핵 저지’보다는 ‘탄핵 이후’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6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및 정진석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여당 비주류의 탄핵 의지를 흔들 만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없었습니다.

 대신 야권의 요구대로 국회의 탄핵안 표결 뒤 자진 하야(下野)를 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사실상 정치적 해결이 무산된 이상 그동안 강조해 온 대로 ‘법적 절차’에 따라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됩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15분경 허원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통해 여당 지도부에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는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의원총회를 미루고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말 퇴진 방침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의총에서 여당 비주류를 흔들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55분간의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시종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퇴진 시점에 대해 “(당론을)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을 뿐 “내년 4월 말에 물러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2선 후퇴에 대한 언급도 없었습니다. 검찰 수사 내용이나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분위기 무거운 친박 최고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앞줄 가운데)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동아일보 DB

 이는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탄핵 동조 움직임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4월 말 퇴진’을 확약해도 탄핵 자체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내년 5월 이후까지 진행될 경우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박 대통령이 담화나 입장문 대신 여당 지도부와의 면담을 통해 ‘간접 화법’으로 메시지를 전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반면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 헌법재판소 심판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담담하게 갈 것”,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하야를 거부한 것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헌재 탄핵 심리 과정에서 본인과 관련된 의혹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는 조만간 유영하 변호사를 포함한 4, 5명의 변호사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탄핵 심판 및 특검에 대비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영수회담, 책임총리 등 정치적 해법은 야당의 거부로 무산됐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도 저도 안 돼서 국정 위기를 풀어볼 마음이 간절했고 그 이후 담화 형식으로 발표했습니다. 그 담화에서 국회 결정대로 평화롭게 법과 절차에 따라 정권을 이양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세 차례의 담화에서 시종 낮은 자세를 보였던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여당 비주류의 탄핵 표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많이 미안하다”는 말을 2, 3차례 했다고 정 원내대표가 전했습니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 “대통령은 탄핵보다 사임 쪽으로 (여당 의원들이) 받아주기를 바라는 심정을 전달한 것 같았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탄핵 표결을 되돌리거나 부결을 기대하기보다는 탄핵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장택동 will71@donga.com 기자·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