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독일 집사의 '1조원대' 수상한 송도 비즈니스

매거진D
매거진D2016-12-06 14:36:34
공유하기 닫기
● 송도 1조 원대 마이바흐 비즈니스타운 컨설팅 계약 2억 수수
● 사업가 A씨, “데이비드 윤, 독일 마이바흐 가문과 친분 있는 유력인사”
● 송도 부동산 개발자들, ‘실체 없는 사업’ 우려
● 땅 주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황당하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엠비케이 사무실 전경. 
'비선실세’ 최순실의 ‘독일 집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48·한국명 윤영식)이 국내에서 독일 기업과 관련된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도피 생활을 도울 만큼 최씨와 가까운 관계이기에 이 사업도 최씨의 영향력이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데이비드 윤은 지난 7월 마이바흐코리아(주)(Maybach Korea Inc, 이하 주식회사 M.B.K(엠비케이))와 독일의 명품 브랜드 ‘마이바흐’의 국내 유치 및 마이바흐 비즈니스 타운을 설립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맺고 사업 진행을 위해 서울과 인천을 자주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비드 윤이 컨설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사업은 주식회사 엠비케이가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 1조 원대 규모로 추진 중인 마이바흐 비즈니스타운 설립 프로젝트다. 동아일보 ‘매거진 D’ 취재팀이 단독 입수한 ‘마이바흐(Maybach) 컨설팅 계약서’에 따르면 엠비케이는 지난 7월 8일 데이비드 윤과 마이바흐 박물관 및 관련 시설 유치 등을 위한 브랜드 사용과 관련된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엠비케이는 마이바흐 박물관 및 관련 시설 유치 사업 등에 마이바흐 브랜드 사용을 위한 컨설팅 비용으로 데이비드 윤에게 2억 원을 지급하기로 돼 있다.





‘Magazine D’가 단독 입수한 마이바흐 비즈니스 타운 조성에 관련된 ‘마이바흐(Maybach) 컨설팅 계약서’. 
마이바흐 비즈니스 사업 초기에 관여했던 사업가 A씨는 “데이비드 윤이 마이바흐 브랜드 사업 유치에 관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독일에서 10년 넘게 기업컨설팅 사업을 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듣기로 데이비드 윤은 마이바흐 가문의 친목 모임에도 참석하는 등 상당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마이바흐 가문에 한국인 사업가를 연결해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땅 주인도 모르는 개발계획

엠비케이는 데이비드 윤과의 컨설팅 계약 체결과 동시에 마이바흐 비즈니스 타운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을 언론에 전면적으로 공개했다. 엠비케이는 7월 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마이마흐사와 브랜드 런칭과 함께 1조 원 규모의 비즈니스 센터 설립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엠비케이에 따르면 이날 체결식에는 김학서 엠비케이 대표이사와 독일 마이바흐사 공동 대표이사인 볼프강 더랜(Wolfgang Thelen)과 유타 칼베쳐(Jutta Kahlbetzer) 부부, 크리스토프 (Christof Mies) 아시아 총괄이사, 투자자 등이 참석했다. 엠비케이 측은 이 계약이 마이바흐사와의 국내 최초 총판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마이바흐 브랜드의 한국 독점 총판으로서 마이바흐 명품 매장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골프클럽, 백화점 등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송도 국제도시의 개발을 총괄하는 사업허가 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은 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엠비케이 측이 비즈니스 타운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힌 ‘인천 연수구 송도동 155-1번지’ 일대 부지는 인천경제청이 소유권을 가진 곳이다. 현재 인청경제청의 허가 아래 인천시 산하 특수목적법인인 송도아메리칸타운(SAT)이 오피스텔과 호텔 등을 건립하는 송도 아메리카타운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30일 취재진이 이 일대 현장을 방문했을 때에도 아메리칸타운을 설립하기 위한 토지조성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천경제청의 한 관계자는 “(엠비케이가) 인천경제청과는 그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언론에 기사부터 낸 것이라 황당할 따름”이라며 “이미 울타리도 쳐서 (아메리칸타운 조성) 공사를 하는데 땅 소유자를 무시하고 자기네끼리 북치고 장구를 치는 격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엠비케이가 ‘마이바흐 비즈니스 타운’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인천 연수구 송도동 155-1번지 일대 부지 모습.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소유한 부지로 송도아메리칸타운 조성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독일 마이바흐 차량의 국내 수입과 유통을 맡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한국법인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사실 모그룹인 다임러그룹 본사에 마이바흐사라는 법인이 별도로 있지 않다. 마이바흐는 메르세데스 벤츠 서브 브랜드라고 보면 된다. 어떻게 협약을 맺고 송도에서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벤츠코리아가 진행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사업이 실제로 본사와의 협약을 통해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MBK 측, “마이바흐사와 협약은 사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한 엠비케이 측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 김학서 엠비케이 대표는 “마이바흐사와 5월 말 브랜드 런칭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7월에 공식적인 협약식을 가졌다. 현재도 명품 제품 사업이 계속 진행 중이고 이 때문에 독일 일정도 잡혀 있다”고 밝혔다. ‘사업 진행과 관련해 인천경제청과 토지계약을 맺는 과정을 거쳤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는 마이바흐사와 협약을 맺었다고 했을 뿐 인천경제청과 계약을 진행했다고 밝힌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송도아메리칸타운 부지 계획이 마이바흐 비즈니스타운과도 개발 취지가 맞아서 그런 차원에서 발표를 했던 것일 뿐”이라며 “마이바흐와의 일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고 다만 (마이바흐 비즈니스타운이 설립될) 땅은 변경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데이비드 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데이비드 윤을 독일 쪽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통역사 역할을 하는 인물로 알고 지냈다고만 했다.

이 같은 수상한 사업이 진행된 배경에는 최순실씨의 독일 집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이 있다. 사업가 A씨는 “마이바흐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데이비드 윤이 직접 모습을 보인 적은 별로 없다. 데이비드 윤이 기획하면 그와 동업 관계인 유아무개 사장이 실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모습은 드러내지 않아도 결국 컨설팅 계약은 데이비드 윤과 맺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데이비드 윤은 한국어와 독일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기득권층의 모임에도 종종 참여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마이바흐 가문 종친회에도 참석할 정도로 (마이바흐 가문과) 친분이 있고 독일 쪽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디앤디개발은 5월 30일 마이바흐사와 송도 국제도시에 마이바흐 자동차 박물관 등을 건립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실제 계약을 체결한 곳은 ‘럭셔리 마이바흐 아이콘’이란 회사로 이곳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해당 내용이 공지돼 있다.(럭셔리 마이바흐 아이콘 홈페이지 화면 캡처) 
“데이비드 윤, 사업문제로 미국과 독일 등 오가고 있다”

데이비드 윤의 존재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최순실 씨의 독일 도피행을 도와준 ‘현지 조력자’로 부각되면서부터다. 또 그는 최씨의 오랜 사업 파트너로도 알려졌다. 데이비드 윤은 그동안 독일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 상품의 유통을 담당하는 회사를 운영해 왔는데 최씨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윤과 유모 씨가 운영하는 독일의 G사는 2009년 8월경 독일 오버우어젤(Oberursel) 지역에 설립됐다. 이 지역은 최씨의 딸 정유라 씨가 최근까지 독일에서 남편 신모씨와 체류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데이비드 윤은 국내에서도 여러 사업체를 운영해 왔다. 수입 잡화 등을 판매하는 B사, L사 등과 함께 동업자인 유씨와도 화장품 판매업체인 P사 등의 회사를 운영했다. 사업가 A씨는 “사실 외국에서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면 굳이 한국에서 이런저런 사업을 벌일 필요가 없다”며 “데이비드 윤이 한 사업이 제대로 되는 게 없다보니 한국 사업가들을 상대로 컨설팅 영업을 하는 듯하다”고 했다.

엠비케이 측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데이비드 윤은 마이바흐 비즈니스 타운 사업과 관련해 11월 초 국내에 들어올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일정을 잠시 보류한 상황”이라며 “현재는 사업문제로 미국에 머무는데 곧 독일로 돌아갈 예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데이비드 윤의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동업자인 유모 사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엠비케이는 6월 23일 자본금 100만 원으로 설립된 회사다. (주)디앤디개발그룹이 5월 30일 마이바흐사와의 브랜드 런칭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곧바로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 취재 결과, 디앤디개발그룹이 양해각서를 체결한 회사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매장에 마이바흐 브랜드의 가방, 안경, 액세서리 등을 공급하는 ‘럭셔리 마이바흐 아이콘(MAYBACH – ICONS OF LUXURY)’이라는 회사다. 이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한국 디앤디개발그룹과의 MOU 체결과 관련된 사항이 공지돼 있다. 

이에 대해 엠비케이 관계자는 “이 회사는 기존의 마이바흐사가 마이바흐 자동차 생산 플랫폼 사업을 따로 떼서 (다임러 그룹의 한 회사인) 벤츠에 넘긴 이후 생겨난 회사로 자동차를 제외한 브랜드 로고와 관련한 사업을 하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계약은 체결됐지만 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송도의 부동산 개발자 사이에서도 우려가 쏟아진다. 이기창 송도 국제도시 부동산연합회 회장 당선인은 “송도 아메리카타운 일대 부지는 그동안 워낙 말이 많은 곳이었다. 계발 계획이 수차례 바뀌기도 하면서 벌써 5년 가까이 아메리카 타운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송도는 워낙 투자 개발 경쟁이 심한 곳이다 보니 투자자들에겐 주의가 필요하다. 그럴싸하게 포장돼 있어도 실체가 없는 사업이 많다”며 “토지개발에 뛰어든 회사가 그동안 어떤 사업을 해 왔고 자본금은 탄탄한 곳인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현주 기자 hj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