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의 순간’을 바꾸기 위해 찾아온 30년 후의 나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6 14:04:01
공유하기 닫기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순간을 바꾸려는 남자 수현의 현재와 과거를 연기한 배우 김윤석과 변요한.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PREVNEXT
1/10
14일 개봉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누구나 돌이켜 보면 아픈 시간이 있다. 잊을 만하면 불현듯 살아나 사람을 따끔따끔 찌르는…. 그 아픔을 달래다 보면 종종 이런 상상에 가 닿는다. 후회되는 그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14일 개봉하는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중년의 수현(김윤석)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으면서 시작된다. 그는 30년 전 자신(변요한)과 만나 평생 후회하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한다.

 세계 30개국 베스트셀러 1위로 신드롬을 일으킨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처음으로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작가는 유럽과 미국 등 각국에서 영화화 제안을 받았지만 줄곧 거절하다 2014년 국내 제작사 수필름과 처음으로 판권을 계약해 화제가 됐다. 활자만으로도 영상미를 선물하는 뮈소의 소설이 영화화되면 어떨지, 적잖은 원작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 왔다. 수필름 민진수 대표는 “끈질긴 설득 끝에 뮈소가 승낙했고 시나리오를 보내니 더욱 좋아했고, 배우가 김윤석이라 하니 더더욱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카메라는 1985년 옛 서울, 부산과 2015년 요즘의 모습을 교차해 비추며 사람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과거와 현재를 정신없이 오가던 영화의 막바지, 밥 딜런의 ‘Make you feel my love’가 울려 퍼질 땐 괜히 나의 옛 순간도 스치며 울컥한 마음마저 든다. 감정을 추스르고 냉정하게 생각하면 ‘건축학 개론’의 판타지 버전 같기도 하고, ‘어바웃 타임’의 한국판 같기도 한 영화다. 그래도 확실한 건 이 영화 역시 두 영화 못잖은 감동이 있다는 거다. 

 영화는 세 남녀의 사랑을 세련된 영상미로 풀어낸 ‘키친’(2009년)으로 데뷔한 홍지영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감독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어쩌면 우리의 외로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에 대해 판타지를 보여준 것 같다. 누구나 품고 있는 후회를 담고 싶었다”면서 “영화의 근간은 뮈소의 작품에서 도움을 받았지만 아버지와 수현의 관계, 현재 수현과 딸의 관계는 원작 설정을 바꿨다”고 전했다. 김윤석 변요한이 2인 1역을 하며 빚어낸 ‘수현’ 캐릭터는 소설 이상의 것이다. 진부할 수 있었던 영화에 숨을 불어넣는다.

 ‘내가 30년 후의 너다’라며 뜬금없이 찾아온 남성 때문에 젊은 수현은 혼란스럽다. 그런 수현에게 미래의 수현은 말한다. ‘이 상황이 믿기 힘들겠지만, 우연히 찾아온 행운쯤으로 해두자’고. 글쎄. 그게 꼭 행운일까. 영화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게 행운인 듯, 불운인 듯 아슬아슬 줄타기한다.

장선희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