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어머니 모시는 65세 요리블로거 '스머프 할배'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6-12-06 11: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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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머프할배'블로그(http://blog.naver.com/adcsk)
'스머프 할배와 징글맘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식사'

65세 ‘스머프 할배’ 정성기 씨의 블로그 제목입니다. 정성기 씨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 ‘징글맘’을 9년간 모시고 있습니다. 생선스테이크, 양미리조림, 생새우 스튜… 치매 진행 단계에 맞춰 조리한 맞춤요리만 벌써 500종류가 넘어갑니다. 끼니 외에도 수시로 드시는 캬라멜이 떨어지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도 스머프 할배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스스로를 ‘취사병’이라 부르며 지극정성으로 삼시세끼를 올리는 동안 어머니는 어느덧 93세, 정성기 씨도 65세가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을 때 요양병원에 모셔두고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도 컸기에 어머니만이라도 꼭 직접 모시고 싶었다는 스머프 할배. 정신이 맑으실 때는 “애비야, 맛있는 것 해줘서 고맙다” 하시다가도 밤이면 한두 시간에 한 번씩 깨어나 효자손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는 어머니가 ‘징글징글’해서 ‘징글맘’ 이라는 별명을 붙여드렸다고 합니다.



사진='스머프할배'블로그(http://blog.naver.com/adcsk)
젊은 시절엔 누구보다 생활력 강하고 진취적인 여성이었던 어머니는 이제 노쇠해져 아들에 의지하고 계십니다. “니는 에미 덕에 서양 요리, 청요리, 일본 요리도 배웠으니 굶어 죽지는 않겠다. 고마워해라”고 호통치고 준 적도 없는 돈을 들먹이며 “내가 준 돈으로 뭐 했냐”라고 물으시는 건 예사입니다.


굴비를 발라 숟가락에 올려드려도 “왜 굴비를 안 주냐”고 역정을 내시다가 또 금세 “내가 너무 먹지?”라며 미안해하십니다. 식구들이 오면 “이놈이 날 굶겨서 뱃가죽이 등짝에 붙었다”고 누명을 씌우시다가도, 치매 등급 검사하러 외부 사람들이 찾아오면 정신이 돌아와 영어에 일본어까지 술술 늘어놓으시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6개월 넘기기 힘들다’고 했던 어머니께 마지막 효도를 할 요량으로 짐을 싸서 나온 것이 2008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기껏해야 1년 정도 생각하고 왔는데 아들이 정성을 다해 차리는 진짓상을 받으신 어머니는 점점 기운을 차리셨습니다. 의사들은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스머프할배'블로그(http://blog.naver.com/adcsk)
정성기 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를 한결같이 모실 수 있는 비결을 전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 어머니가 학부형 대표로 노래도 멋드러지게 부르시고, 저를 예뻐해서 많이 데리고 다니셨어요. 그 때 어머니와 함께했던 그 날들이 지금도 아름답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게 제가 버틸 수 있는 힘이에요. 어머니가 성내고 욕하실 땐 ‘어여 그 강을 건너가세요’ 하다가도, 추억의 힘으로 또 살아요.

스머프 할배는 만약 자기가 치매에 걸린다면 요양원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어머니께 했던 일들을 내 자식들에게도 바랄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런 그를 식구들도 존경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아내 휴대전화에 '밴댕이’ ‘좁쌀영감’으로 저장되어 있던 그의 이름은 이제 ‘캡틴’으로 바뀌었습니다. 손주들도 “우리 할아버지 최고”라고 합니다.


그는 최근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책 제작비는 텀블벅을 통한 후원모금으로 충당했습니다.

“‘선조들은 부모가 죽으면 3년간 시묘살이를 했는데, 나는 살아서 9년째 하고 있다. 징글맘과 지내는 처음 3년은 그냥 뭣 모르고 살면서 하였고, 다음 3년은 지옥의 투쟁을 하며 고통스럽게 보냈다. 지금 3년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채 모든 것을 초월한 득도의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책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