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년 중국의 일상을 엿보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6 11: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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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중국 고문물 특별전’
신석기부터 淸나라 시대까지 도자기-옥-문방구류 131점 전시 
① 10∼13세기 송나라 때 만들어진 삼채 각화어문 접시. ② 남송과 원나라 때인 12∼14세기 만들어진 청백유수골나한상. 헤벌쭉 미소를 머금은 채 나른한 자세로 상체를 드러내고 앉은 불교 성인의 모습을 묘사했다. ③ 신석기시대인 기원전 2000년∼기원전 1600년 빚어진 하가점문화 채회 삼족 도격. ④ 북송과 금 시대인 10∼13세기 작품인 정요 획화(劃花·칼로 새긴 무늬) 연문 잔과 잔대. ⑤ 13, 14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원나라 청화백자 신화고사 필산. 사람과 용의 형상을 섬세하게 표현한 디테일이 흥미롭다. 학고재갤러리 제공
 
 ‘함영저화(含英咀華·꽃봉오리를 머금고 꽃잎을 씹는다).’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여는 ‘중국 고문물 특별전’이 내세운 표제다. 신석기시대부터 청나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도자기, 옥과 금속 제품, 문방구류 등 6000여 년의 세월 동안 중국인들이 일상 속에서 만들어 활용한 공예품 131점을 내놓았다.

 중국 고미술 전문가인 박외종 학고재 고문이 전시를 기획했다. 엄선한 작품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커다란 박물관 전시실이 아닌 소박한 갤러리 공간에서 가까이 두고 여유롭게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능적 낭만이 넘치는 표제가 그리 과장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작품은 전시실 초입에 놓은 ‘남송 원대 청백유 수골나한상’(12∼14세기)이다. 늑골이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마른 몸의 나한(羅漢·깨달음을 얻은 불교의 성자)이 땅바닥에 느슨한 자세로 앉아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모습을 표현한 14cm 높이의 조각상이다. 어설프게 걸친 두루마기는 허리께까지 흘러내린 채다. 표정에서 얼핏 하회탈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한국 전통 유물을 소개하는 전시에서는 비슷한 사례를 떠올리기 어려워 이채롭다.

 조각상 머리 윗부분과 옷깃의 빛깔이 다른 부위에 비해 유독 맑은 청백색을 띤다. 박 고문은 “도자기에 부분적으로 유약을 바르고 나머지 부위는 백토를 그대로 구워내는 기법을 쓴 작품이다. 남송과 원나라 때 이 방법이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원대 청화백자 필산’(13, 14세기)도 독특한 작품이다. 필산(筆山)은 ‘산(山)’자 모양으로 빚어 붓을 걸어 놓는 기구다. 첩첩산중으로 표현한 필산에 산수화 폭으로부터 그대로 떼어내 입체로 빚은 듯 생동감이 넘친다. ‘청 건륭 송화강석 어옹도연’(18세기) 등 황실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한 화강석 벼루와 필통 등을 아울러 살펴볼 수 있다.

 신석기시대인 기원전 2000년∼기원전 160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하가점문화 채회 삼족 도격’은 오랜 세월 전에 사용된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만듦새가 정묘하다. 검은빛 토기 위에 홍색, 백색, 황색 안료로 그린 문양이 현대의 디자인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세련미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 작품 가운데 가장 오래전에 만들어진 유물은 신석기시대인 기원전 5000년∼기원전 4000년에 제작된 ‘홍안문화 옥인수패’다.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정교하게 다듬어 만들었다.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옥에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 귀히 여겼다. 용의 형상 위에 곡식 문양을 새긴 옥패, 단아하게 차려입은 여인 입상을 표현한 옥패도 함께 공개한다. 02-720-1524

손택균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