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기부-골수 기증했던 최강희, 월드비전 홍보대사 되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6 10: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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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홍보대사 자원 최강희씨  
“돈 벌고 형식적으로 좋은 일 하다 우간다서 만난 아이들 눈빛에 사랑이라는 마음의 불이 켜져” 5억원 넘게 기부한 통큰 구두쇠

“예전의 저는 스크루지 같았어요. 연예인 활동으로 돈을 벌었으니 좋은 일을 좀 형식적으로 했거든요. 지금은 진심을 다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돕고 싶습니다.” 2007년 연예인 최초로 조혈모세포(골수)를 기증하고 지금까지 남몰래 5억 원이 넘는 돈을 기부해 온 배우 최강희 씨의 고백은 겸손하고 솔직했다. 그는 ‘절대동안’, ‘엉뚱발랄 4차원’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다. 1995년 ‘가을날의 동화’로 데뷔해 데뷔 21년 차를 맞은 최 씨는 올 10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의 홍보대사가 됐다. 그는 월드비전에 평생 홍보대사를 자청했다. 홍보대사 자청은 이 기구가 생긴 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월드비전의 친선·홍보대사로는 배우 김혜자, 박상원 씨와 유지태 김효진 씨 부부 등이 있다.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최 씨를 만났다.



사진 출처 : 월드비전 공식블로그
그가 월드비전과 인연을 맺은 건 올 5월. 한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우간다의 카라모자 지역을 방문했다. 일주일간 카라모자의 아이들에게 구호 음식을 전달하고 같이 놀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카라모자는 지역 내 무력분쟁으로 대부분의 어른이 죽고 노인과 어린아이만 남은 긴급구호지역이다. “처음에는 큰 사명감 없이 방송만 잘하자는 마음으로 갔어요. 부족한 영어 실력도 그렇고요. 아이들이 속옷도 안 입고 달려들어 빵을 달라고 조를 땐 사실 조금 무서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사진 출처 : 월드비전 공식블로그
하지만 눈에 초점이 없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마음의 벽을 허물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최 씨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는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에 불이 하나 켜졌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 경험이 너무 소중해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어요. 우간다에 다녀오고 월드비전 사람들과 다시 만났을 때 제가 먼저 말했어요. ‘저 홍보대사 하면 안 돼요?’ 이렇게 물었죠.”

월드비전은 홍보대사에게 활동비를 주지 않는다. 일정 기간 동안 계약을 맺고 홍보대사를 하는 게 아니라서 한 번 홍보대사를 맡으면 평생 함께 일해야 한다.

우간다에서의 경험은 최 씨의 마음속 그늘도 날려 보냈다. 그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 드라마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는 드라마 캐릭터와 자아의 간극에서 혼란스러웠다. 2013년 결국 우울증을 얻었다.

“자존감이 되게 낮았어요.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멋있거나 잘나지 않았는데 팬들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캐릭터를 보고 저를 사랑해주죠. 내 바닥이 드러날까 겁이 나 사람을 피해 다녔어요. 그러다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구나, 사랑을 주는 일을 통해 나도 희망을 품을 수 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최 씨는 노숙인을 지원하기 위해 발행되는 잡지 ‘빅이슈’에 표지 모델로 재능기부를 하고 제3지대 아이들과 결연을 맺는 등 기부·후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기와 방송 활동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라디오 DJ처럼 매일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알아보고 있다.

“홍보대사를 맡을 때 김혜자 선생님이 영상편지를 써줬어요. 남을 사랑하고 싶으면 우선 좋은 배우가 되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좋은 배우가 돼야 사람들이 내가 뭘 하는지 궁금해하고 집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다시 팬들과 활발히 만날 예정입니다. 저를 통해 사랑이 많이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 

‌썸네일=월드비전 공식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