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자’ 웹툰 작가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눈부시게”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5 09: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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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만화시장 수출1호 ‘아만자’ 웹툰 작가 김보통 
작가는 ‘김보통’이란 가명에 대해 “대기업에 다닐 때 ‘초일류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사측의 논리에 신물을 느껴 만들었다”고 말했다. 캐릭터 가면을 쓴 채 사진을 촬영한 이유에 대해 그는 “회사 이야기를 만화로 그릴 예정이라 나를 드러내면 배경이 어느 회사인지 특정되기 때문에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작가는 ‘김보통’이란 가명에 대해 “대기업에 다닐 때 ‘초일류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사측의 논리에 신물을 느껴 만들었다”고 말했다. 캐릭터 가면을 쓴 채 사진을 촬영한 이유에 대해 그는 “회사 이야기를 만화로 그릴 예정이라 나를 드러내면 배경이 어느 회사인지 특정되기 때문에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작가는 ‘김보통’이란 가명에 대해 “대기업에 다닐 때 ‘초일류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사측의 논리에 신물을 느껴 만들었다”고 말했다. 캐릭터 가면을 쓴 채 사진을 촬영한 이유에 대해 그는 “회사 이야기를 만화로 그릴 예정이라 나를 드러내면 배경이 어느 회사인지 특정되기 때문에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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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살 난 한 남성이 있다. 취업도 결혼도 해보지 않았던 그의 삶에 갑작스레 사막이 들어선다. 말기 암 통보를 받은 그는 ‘아만자’(암 환자를 소리 나는 대로 풀어쓴 단어)가 돼 고통과 두려움, 절망과 분노를 머금은 채 사막을 헤매기 시작한다.   ‘아만자’는 암에 걸린 26세 남성이 세상과 작별하는 과정을 동화적으로 그린 만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 작품을 그린 작가 김보통(35)을 만났다. 김보통이라는 가명을 쓰는 30대 중반의 이 남성은 “‘아만자’는 절망적인 마음을 안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운을 뗐다. 

몸은 부스러지고 마음은 휑하게 뚫린 아만자. 레진코믹스 제공

 만화는 병실에서 투병(鬪病)하는 현실과 사막의 왕을 찾아 여행하는 꿈속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몸이 점점 부서지는 주인공은 마음조차 잃어버린 채 사막을 헤매는데, 이는 죽음을 서서히 맞이하는 주인공의 상황을 은유한다. “삶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괴로울 때도 있겠지만,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눈부시게 살자는 게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예요.”

 이야기 내내 주인공은 아만자로 불리다 마지막에 이르러 이름이 공개된다. 동녘 동(東), 밝을 명(明)을 쓰는 김동명. 8년간 암 투병을 하다 4년 전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 이름이다. 단행본 첫 페이지에 그는 “이 만화는 돌아가신 아버지께 보내는 길고 긴 상서”라 적었다. 

‌  만화에서는 죽어가는 아들을 두고 회식에 가야 하는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두고 회식 자리를 지켜야 했던 작가 본인의 경험담을 그대로 옮긴 장면이다. 

‌  부서가 최우수 평가를 받은 날, 상무가 마련한 회식을 앞두고 “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말한 그에게 상사는 욕설을 섞어 말한다. “공과 사는 구분해라.” 상사의 말에 회한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는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간단하게 ‘사적인 일’이라고 말하는 그들이 딱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개인의 비극보다 조직의 영광을 우선시하는 사람으로 살 수 없었던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사직서를 낸다.





 회사에서 뛰쳐나와 2013년 ‘아만자’로 데뷔한 그는 2014년엔 탈영병들의 사연을 통해 군대 문제를 폭로한 만화 ‘D.P: 개의 날’을 그렸다. 실제 탈영병 쫓는 군인으로 활동했던 그가 자신의 경험을 또다시 만화로 그린 셈이다. “경험을 그리는 게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사실 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이야기는 회사 이야기인데…. 칼을 갈고 있습니다.(웃음)”

 7월 ‘아만자’는 한국 웹툰 최초로 일본의 최대 출판사 가도가와(門川)에서 책으로 출판됐다. 레진코믹스 일본 서비스에 게재된 그의 만화가 누적 조회수 1200만 건을 넘어서면서 이뤄낸 성과다. 전통적인 만화 강국 일본에서 한국산 만화를 수입해 출판한 건 이례적이다. “삶과 죽음, 생(生)의 의지라는 만화 주제가 일본인에게도 필요한 메시지였나 봐요. 사토리 세대 이후 일본에서는 삶의 의욕을 꺾고 사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한 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 내내 작가 김보통의 눈은 계속 웃고 있었고 입꼬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 그는 “다음 만화를 뭘 그릴까 고민하는 저는 지금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말하며 이를 드러내 웃어 보였다. ‘아만자’를 통해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다던 ‘눈부시게 살라’는 메시지를 그의 얼굴에서 다시금 읽을 수 있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