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뻔한 내용에도 재미있는 건 결국 배우들 功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2 11:18:55
공유하기 닫기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
드디어 ‘대박의 기준’이란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그런데 왜 이리 확 타오르는 기분이 안 들까.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현재 지상파 미니시리즈에서 독보적 존재다. 물론 같은 방송사 ‘푸른 바다의 전설’이 전지현 이민호 덕에 더 화제긴 하다. 허나 초반 엉성한 짜임새 탓에 제대로 시청자 맘을 ‘훔쳤다’고 보기는 아직 힘든 상황이다. 첫 회 9.5%(닐슨코리아)로 출발해 줄곧 상승세더니 8회(지난달 29일) 21.7%까지 찍은 ‘…김사부’야말로 입소문 타고 대박 나는 흥행 맛집의 정석을 걷고 있다.

하지만 ‘…김사부’는 MBC ‘하얀 거탑’(2007년) 같은 리얼리티는 부족하다. 그런데도 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드라마는 만화(특히 일본 만화)에서 자주 접한 감동 짜내기가 매우 능숙하다.

이번 주 8회 초반을 다시 짚어보자. 강간범 수술실에 침입한 피해자 가장(이철민). 절절한 사연이니 살의를 품고 쳐들어온 건 알겠다. 근데 이성을 잃었던 그가 “30분 줄 테니 수술 끝내라”고? 그 와중에 침착하게 수술을 집도한 김사부(한석규). 근데 일부러 과정 하나를 생략해 환자를 평생 불구로 만들다니. 게다가 정신적으로 나약한 윤서정(서현진)은 인질로 잡혀 죽을 뻔해놓고 아무렇지 않게 남 걱정만 한다.

드라마의 이런 ‘낭만적’ 짜임새는 곳곳에서 삐져나온다. 솔직히 수술 성공률 97%란 것부터 어이없으니까. 헌데 이런 구멍을 배우들이 다 메운다. 아니 차고 넘친다. 단역에 가까운 이철민만 해도 딸을 향한 ‘눈물웃음’ 하나로 화면을 잡아먹는다. 한석규야 말할 나위 없다. 역시 한글을 창제한(SBS ‘뿌리 깊은 나무’ 세종 역) ‘발성의 왕’. 서현진은 로맨틱 장르만 강한 게 아니란 걸 스스로 증명했다. 이런 연기들이 드라마를 세련되고 흥미롭게 업그레이드시켰다. 다만 연극무대 출신 배우들과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한 배우들의 톤과 호흡이 자주 엉키는 건 아쉽다.







허나 해진 데 꿰매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드라마는 12회가 더 남았건만 ‘뻔하게’ 일직선으로 흐른다.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서 주인공 쇼타가 초밥왕이 된다는 걸 누구나 알듯이. 강동주(유연석)는 언젠가 각성해 ‘참의사의 길’로 가겠지. 김사부와 도윤완(최진호)의 싸움은 신 회장(주현)이 키를 쥐고 있겠지. 뻔하다고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고루한 건 분명하다. 때문에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눈물은 찔끔 나는데 손에 땀을 쥐진 않는다.

토로한 김에 하나 더. 세계적으로 인기였던 미국 NBC 드라마 ‘ER’는 1994년에 나왔던 작품이다. 벌써 20여 년 전에 시청자는 현실감 짜릿한 의학드라마란 어떤 것인지 맛봤단 얘기다. 그런데 우린 지금도 의학 장르를 찍으면 꼭 ‘천재’ ‘의성(醫聖)’이 등장한다. 그만큼 현실의 의료 환경에 불만족스럽단 얘기겠으나…. 이젠 그만 허준을 놔드려도 되지 않을까. 이젠 보통 의사도 보통 사람도, 보통 상식으로 잘 사는 세상을 보고 싶다. ★★☆(★5개 만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